「스티커 사진 자판기는 불황을 모른다.」
자신의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어 주는 스티커 사진 열풍이 확산되면서 스티커 자동판매기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9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스티커 자판기는 톡톡 튀는 개성만큼이나 자기표현이 강한 신세대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불과 2년여만에 시장규모가 1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스티커 자판기는 대략 3천여대. 그러나 올 연초부터 수요가 폭증, 연말에는 6천대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우리보다 먼저 스티커 자판기가 보급된 일본의 사례. 지난 95년 본격적으로 스티커 자판기를 선보인 일본은 현재까지 약 5만대가 판매됐으며 96년에는 10대 히트상품에 뽑히기도 했다.
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 성큼 성큼 저변을 넓혀 가고 있는 스티커 자판기의 판매가격은 대당 최저 9백만원에서 최고 1천3백만원. 그동안 일본산 수입 제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국내업체들이 잇따라 제품을 개발, 출시하면서 국산 대 외산 제품의 시장쟁탈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스티커 사진자판기의 매력은 다양한 쓰임새와 독특한 모양에서 찾을 수 있다. 1회 사용료 2천원∼3천원만 내면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스티커를 만들어 우표처럼 아무데나 간단히 붙일 수 있다. 물론 친구 또는 유명 연예인의 사진과 자신의 사진을 마음대로 합성할 수도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학생은 물론 직장인, 자영업자 및 군장병들까지도 원하는 배경화면으로 즉석스티커 사진을 찍어 수첩, 지갑, 휴대폰, 편지, 명함등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이용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기념일에 친구, 연인, 가족등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스티커 사진을 나눠 가지는 등 자기 소유, 소개 및 개성표현이 강한 신세대들의 개성연출에 적합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이 스티커 자판기가 최근 국내에서도 청소년층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 시장을 겨냥, LG산전, 현대세가 등 대기업은 물론 삼원사진기기, 경동, 한국상사, 유카스코리아, 드림월드, 월드큐, 금오정보통신, 아이티엘정보기술, 디티피아, 에스비아이, 콤텍시스템 등 약 20개 업체가 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불황타개에 고심중인 자판기업체들도 스티커 자판기 열풍을 불황탈출의 계기로 삼기 위해 스티커 사진자판기를 출시하는 등 공급경쟁에 나섰다.
이처럼 스티커 자판기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에서도 향후 몇년간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스티커 자판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LG산전은 유한C&T와 손잡고 제품개발에 나섰으며 현재 11종의 스티커자판기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티셔츠와 컵 등에 인쇄가 가능한 「추억플러스」, 다이어리와 계획표를 만들어주는 「스케줄플러스」 등 다종 다양한 스티거 자판기도 국산화했다.
현대와 일본 세가사의 합작사인 현대세가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말부터 스티커 자판기인 「프린터클럽2」를 출시하면서 이 시장에 참여했다.
금오정보통신은 최근 종합 디지털 사진출력시스템인 「포토박스」를 자체 개발,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스티커사진기 기능을 비롯해 즉석 증명사진 출력소, 합성사진 촬영, 옥외 TV광고 기능을 갖추는등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이티엘정보기술은 22컷의 배경화면을 갖춘 스티커 자판기를 개발, 체인점인 「이미지클럽」 모집에 나섰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자체기술로 개발한 아이티엘은 2개월마다 배경화면의 버전업을 실시해 줄 계획이다.
종합 인쇄업체인 디티피아는 최근 스티커자판기에 사용되는 일반형, 원형, 타원형, 하트형, 코팅 용 프린트용지를 자체 개발, 본격 공급에 나섰다. 이 용지는 68종의 모형틀, 2천여종의 밑그림 등도 갖추고 있다.
드림월드는 지난달 자판기 운영프로그램과 프린터, 인화지 등을 국산화한 「매직넷」이라는 사진스티거 자판기를 개발, 시판하고 있다.
월드큐도 최근 스티커 자판기를 국산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가맹점 모집에 나서고 있으며 통신업체인 콤텍시스템도 캐릭터 숍인 「스타클럽」의 체인점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다.
프로토피아는 지난 95년 일본 세가(SEGA)사의 스티커사진 자판기인 「프린트클럽」기종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시장에 가세한 삼원사진기기는 일본 세키일렉트로닉스사의 제품을 수입, 「멋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전국에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한씨엔티도 지난해 말 첫 국산제품으로 81종류의 표준배경화면을 갖추고 디지털프린트 방식을 채택한 「포토플러스」를 내놓고 이 시장에 참여했다.
오성미디컴도 최근 12가지의 메뉴속에 총 99가지의 배경화면을 내장한 소형 스티커 자동판매기 「포토보이」를 일본에서 수입, 본격 시판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스티커자판기 사업을 환율문제로 인해 보류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업체가 늘어나면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 배경화면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스티커 자판기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에서 만든 배경화면을 그대로 사용하던 수입업체들 마져 인기 스타의 캐릭터를 내장하는 등 서비스 및 기능경쟁이 한층 치열해 지고 있다.
스티커 크기도 처음 국내에 도입될 때만 해도 한 장의 컬러프린트 용지에 무조건 16장이 인쇄됐으나 국내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면서 8분할, 4분할 등 기능을 새로 추가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배경화면과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배경화면을 넣지 않고 얼굴사진만 찍을 수도 있다.
한편 청소년층 사이에서 스티커 자판기 이용률이 급상승하면서 스티커 자동판매기를 여러대 설치, 운영하는 스티커자판기 전문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현재 전국에 개설된 스티커자판기 전문점은 대략 80여곳. 모두 지난해 9월이후 생겨난 것이다.
특히 서울 이화여대 앞에는 「마법의 성」, 「스티커랜드」, 「방과후」, 「어뮤즈파크」 등 스티커 자판기 전문점이 4곳이나 밀집해 있으며 종로, 명동, 분당, 건대앞, 부천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집중돼 있다.
이들 스티커자판기 전문점은 대부분 15~20평 규모에 기능과 성능이 다른 스티커자판기 10여대를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스티커를 만들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한곳에 여러 기종의 스티커자판기가 진열돼 있어 기종마다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배경화면과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여러가지로 차별화돼 있기 때문에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이용하려는 청소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 제조업체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10평형을 기준으로 5대의 스티커자판기와 포토샵을 같이 운영했을 때 월평균 1천1백만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기계나 인화지가 비싸 부담이 되지만 이윤이 좋아 최근 전문점 개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호황에도 불구, 스티커 자판기가 고급사진기로 분류돼 30%정도의 특소세가 부과됨으로써 채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벽에 부닥치고 있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는 올해 스티커자판기 업계의 사활이 걸린 특소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관에 특소세 폐지를 건의하는 한편 관세사를 선임, 국세심판 청구에 나서는 등 법적인 대응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스티커자판기는 고급 사진기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품 가운데 어떤 부분도 특소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핵심소재인 CCD소자도 국산화되고 있어 스티커자판기에 대한 특소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스티커 자판기 돌풍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원자재다. 국산화가 미흡, 스티커 자판기에 소요되는 컬러프린터와 프린트용지 등을 외산 제품에 의존해야 한다. 프린트용지의 경우 일부 제지업체가 국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상업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당분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다수 업체가 선발주자인 일본기업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어 로열티와 부품 구입비로 매출액의 절반정도가 빠져나가는 등 부품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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