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벤처창업 이대론 안된다

전하진 (주)지오이월드 사장

최근 들어 IMF한파에 너나 없이 고통받고 있다. 앞으로 이 고통이 더할 것이라 하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사태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새 정부는 물론 각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일이 바로 「벤처기업 육성정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지고 창업하고 노력하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인 거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닌 채,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대학, 관공서, 대기업 할 것 없이 벤처창업을 돕겠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과연 무슨 기준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판단하고 자금지원을 할 것인지,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학계 전문가와 공무원에게 그 일을 맡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기업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분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기존 기업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또는 기술이 없어서 빌 게이츠와 같은 부자로 성장하지 못했단 말인가.

문제는 벤처기업 육성이 아니라 벤처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인 것이다. 문제를 벤처기업에서 문화산업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산업으로 접근시켜 보자.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잘 발달되었다면 벤처 육성은 그다지 크게 문제되지 않고 발전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타가 공인하는 가수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가수 지망생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그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알려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일단 제작진이나 기획사에 의해 그의 재능이 평가되고, 많은 돈을 들여 소비자에게 노출을 시켜야 한다. 만약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크게 노출시킬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벤처기업의 육성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좋은 제품을 만들면 뭐하는가. 전세계 주요 시장에 최소한 노출은 되어야 그 다음에 진짜 그 기술이 진가를 발휘해 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외국의 기획사나 제작사로부터 팔릴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데만 해도 최소한 수십만 달러가 드는 일인데 과연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중요한 마케팅에 대한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수 지망생만 잔뜩 양성한다고 우리나라 가수가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는 없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희망자는 우선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일 먼저 벤처캐피털을 찾는다.자기 돈으로 무모한 모험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비 창업자들이 그들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일단 벤처캐피털이 그들의 아이디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처럼 돈은 지원하지만 그들을 통해 더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도 없는 정부나, 투자한 돈을 떼이지 않고 회수하는 데만 전전긍긍하는 은행과는 전혀 다르다. 창업 희망자들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돈을 버는데 있어서 자금과 그밖에 여러 전문가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는 것을 생리적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혼자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벤처캐피털과 마케팅회사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벤처 창업에 나누어 줄 자금을 한 데 모아 「코리아펀드」와 같은 것을 만들고 우선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능한 교포나 2세 엔지니어들에게 먼저 투자해 그들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국내에도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여 돈과 기술의 만남을 자유스럽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마케팅회사를 육성하여 브랜드 로열티를 제고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특화된 시장별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서 스타만들기를 도와야 된다. 또한 예비 스타 후보들을 전세계 유통시장에 접목시키는 일을 해 주어야 한다.

영화는 만들어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한 영화감독이 파산을 해서 인생을 망쳤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야 한다. 벤처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창업지원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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