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74)

『실장님 나오셨습니까?』

김 대리였다.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저 아래 맨홀 속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더 고생이 많습니다.』

『복구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지?』

『일단 일반 전화회선에 대한 작업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업만 끝나면 이번 사고로 인한 고장회선의 복구는 완료됩니다.』

『임시로 복구시켜 놓은 회선은 시간을 두고 처리해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30만 회선이 넘는 회선을 이틀 만에 다 수리를 완료한 것입니다. 실장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이번 사고는 어쨌든 불행한 사고이긴 했지만 우리의 기술능력을 세계에 떨친 사고이기도 한 것이야. 각종 데이터를 보아도 이번 사고처리는 세계 신기록이었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겠지만, 사고발생 후 처리에 관한 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거야.』

『그렇습니다. 이것이 1백여년 전통을 통하여 전문적인 통신기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 회사가 갖는 장점일 것입니다.』

『그렇지. 외국 교환기 몇 대 들여와서 운용하는 다른 통신회사와는 분명 차이가 나겠지. 1백여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한 통신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습니다. 일반인들도 이번 사고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참, 일동은행의 전용회선 확인했나?』

『네, 어제 저녁에 고장수리 완료하고 확인까지 끝냈습니다.』

『어떻게 되었던 거야?』

『그 고장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 사고현장에서는 분명히 어저께 오전, 회선이 정상적으로 복구되었습니다만 그곳에서 빠져나간 기존 통신선로에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어떤 고장이었지?』

『창연 오피스텔 바로 앞에 있는 분기 맨홀의 케이블에서 절연불량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절연불량? 그럼 그 전에도 상태가 나빴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았답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정상적으로 동작했다고 합니다. 은행 온라인망으로 쓰는 전용회선에 장애가 발생해 있으면 즉각 수리요청이 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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