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초등학교 이진국 교사(45)는 이 학교 4학년7반 담임이나 과학부장이라는 직함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호칭에 익숙해 있다. 도서 대여점 관리프로그램을 비롯, 비디오숍, 사진관, 주차장 등의 관리프로그램이 그가 개발한 대표적인 프로그램들. 인천 모 대형병원의 병원관리 프로그램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교사는 최근 내놓은 성적관리 프로그램이 교육계 안팎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힘을 얻고 있다. 개발에 뛰어든 지 7년만에, 자신이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천직에 맞는 성적관리 프로그램 「아이들」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의 성적관리 프로그램이 처음 선보인 때는 92년 말. 이때부터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선해오다가 최근 제6차 교육과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의 새로운 교과별 평가 지침을 기반으로 초등학생들의 교과별, 목표별 도달 상황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게 특징입니다.』
「아이들」은 한글을 자체 내장하고 있어 별도의 한글을 구현할 필요가 없고 입력 후 별도의 조작없이 전업무를 자동 환산해 처리한다. 또한 에러 자동 검출 및 경보 기능을 갖고 있고 검색어를 통해 특기사항을 선택할 수도 있는 등 현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가장 자랑할만한 기능은 모든 양식을 A4용지로 출력할 수 있다는 점. 좌표를 지정할 경우 인쇄 양식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 교사는 교육부의 새로운 지침이 나올 때마다 프로그램을 보완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기업체에서 만든 프로그램과 달리 교육 현장의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자부합니다.』
5년 이상 매달려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자평이다.
지난 91년 XT를 처음 접한 이래 이 교사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과 마찬가지로 독학으로 개발 단계에까지 왔다. 비결이 하나 더 있다면 남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7반 교실 앞에는 「1일 1질문하는 어린이」라는 급훈이 붙어 있다. 이 가운데 「어린이」란 세 글자만 바꾼다면 이 슬로건은 이 교사의 컴퓨터 학습법이기도 하다.
『학원에는 일체 다닌 적이 없습니다. 대신 혼자 읽은 컴퓨터 서적만 40권 가량 되지요.』
모르는 것을 계속 물어가면서 도스, 베이직, 디베이스, 폭스베이스 등을 공부한 결과, 컴퓨터를 시작한 지 2년만에 도서대여점 관리프로그램을 개발 할 수 있었다.
『방학 등으로 시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개발에 플러스 요인이 된 것 뿐 입니다』라며 겸손의 미소를 띤 그는 그러나 프로그래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적성과 함께 열의,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컴퓨터에 맛(?)을 들이기 이전 이 교사는 열대어를 키운 적이 있다. 계란 노른자로 먹이를 주는 전문가들과 달리 원생동물을 먹이로 주어 열대어를 양식해낸 그는 30번 이상의 실패를 무릅쓴 끝에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같은 남다른 인내심이 컴퓨터와 만난 것이 성공적인 프로그램 개발의 배경이 됐다.
『교사로서는 물론 프로그래머로서도 당당하게 서고 싶습니다』라고 힘을 주어 말하는 그에게는 겸손과 개발자로서의 고집이 섞여 있었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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