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마련한 「전자상거래 기본법」시안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용어정의를 비롯해 안전한 상거래를 지원하는 인증(CA), 전자서명, 전자거래 활성화 기반조성을 위한 정책추진방향, 전자상거래 전담기관 설립 근거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전자문서에 대한 법적 효력 통일을 위해 법이 규정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종이서류와 동일하게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앞으로 전자문서에 관한 일반법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전자문서의 폭 넓은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업(조직)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다가 범정부 차원에서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한 시책과 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상거래 촉진정책의 효율적인 추진과 부처간 이견조정을 위해 「전자상거래 정책협의회」를 설립해 추진토록 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조기 확산도 기대할 수 있게됐다.
또 이번 시안 마련은 미국(일부 연방정부), 독일 등 선진국들 조차도 전자서명법과 같은 개별법을 제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토대로 한 종합적인 법안으로 전자상거래에 관한한 정부의 대응이 매우 진취적이고 발전적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정부당국의 발 빠른 대응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는 정보기술(IT)과 통신기술, 인터넷 등이 빚어내는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국내 기업들이 조기에 적응할 수 있게 기반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도 세계 처음으로 종합적인 전자상거래기본법안을 마련함으로써 전자상거래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산자부가 마련한 시안과 법 제정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법 제정에 있어 8월 국회상정을 목표로 하는 일정이 너무 짧아 이 기간중 법안에 대한 손질을 제대로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다. 법이란 한번 만들어지면 문제점이 있더라도 부작용을 감내하면서 시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바로잡는 데는 여간 힘들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일정이 촉박한 만큼 서둘수 밖에 없고 이로인해 졸속 입법이라는 커다란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자상거래기본법 제정 자체가 전자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인 만큼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하나는 전자문서의 효력을 현단계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자문서에 대한 포괄적인 효력을 인정하기에 앞서 법 시행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해 「전자상거래 진흥원」이란 기관을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 이는 어떻게 보면 전자상거래가 초기단계로 이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매우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단순히 상거래를 전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산업과 연계된 복합적인 문제들로 얽혀있어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일반적 견해다. 전자상거래에는 소비자보호문제를 비롯해 세금징수 문제, 교통 및 물류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단계로서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분야별 연구작업으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출연 연구기관 등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이밖에도 가상상점을 개설할 때 산자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많은 국내 가상몰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간 상거래에 대한 규정도 선언적인 차원에서 그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전자상거래기본법 시안 마련은 국내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확산추세에 있는 전자상거래 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일부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면 다가올 21세기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보다 완벽한 「전자상거래기본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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