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의료기기제조업체 설립 붐

의료기기업체를 설립, 운영하는 의사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의료기기 산업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최근들어 의료기기의 단순 수요자나 개발 협력자의 차원을 넘어 의료기기업체를 직접 설립하고 공급자로 나서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사의 경우 본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의료기기 제조 및 공급자로 전업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기업체 설립에 나선 의사들의 급증하는 것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진료 경험에 간단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새로운 의료기기를 비교적 손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적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품의 경우 기존 의료기기업체들이 외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직접 의료기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 의사의 경우 의사직을 통한 한정된 수익 외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돈벌이」가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충남 서천군에서 서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 전문의 이상용 원장은 심전계(ECG) 전문업체인 닥터리를 설립하고 1채널, 3채널 등 3종의 심전계(ECG)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 사장이 개발한 심전계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디지털 방식을 채용, 신호가 깨끗하고 오작동이 액정표시장치(LCD)에 표시되는 등 사용이 편리하고 부품의 92%를 국산으로 채용, 외산보다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다.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질인증을 획득, 수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기업이다.

마취과 의사 출신인 정태준씨는 출산이나 정신적 요인 등으로 요도의 괄약근이 느슨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뇨를 하게 되는 질병인 요실금을 치료할 수 있는 요실금치료기를 개발,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닥터스를 설립했다. 정 사장이 개발한 제품(모델명 닥터지노 101)은 파형과 주파수를 바꿔가면서 전기자극을 통해 근육을 수축, 이완시켜 주는 원리를 적용, 주파수가 일정해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는 외국제품과는 달리 자극 시간과 쉬는 시간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요실금으로 인한 생리통, 배뇨통증, 성기능 장애 등의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닥터스 경영에 주력하기 위해 최근 병원을 폐업하기도 했다.

방사선과 의사이자 연세대 의대 교수였던 메디페이스 최형식 사장은 군의관 시절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을 접하면서 누구나 동경하는 명문의대 교수직을 뿌리치고 미국 워싱턴주립대로 건너가 PACS를 공부했다. 최 사장은 그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PACS를 설치, 무필름 병원을 실현한 시애틀 메디건병원을 직접 눈으로 보고 PACS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며 삼성의료원 PACS 구축 프로젝트의 개발팀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PACS 전문업체를 설립하게 된다. 최 사장은 다양한 전문지식을 배경으로 국내 PACS 업계 및 학계에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메디페이스도 기술력 있는 대표적 PACS 업체로 부각시켰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재생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생 원장은 전자챠트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 사용이 간편한 전자챠트시스템 및 PACS를 개발하고 의료정보시스템 전문업체인 닥터윈을 설립했다. 특히 김시장이 개발한 「닥터윈 팩스」는 개인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내시경, 초음파 영상진단기, X선 촬영장치,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 의료영상 정보를 팩스모뎀을 이용해서 전송 및 저장하도록 하는 해준다. 김 사장은 진료 외 시간에는 닥터윈에 근무하는 등 솔루션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사가 의료기기업체를 설립한 것은 인공췌장기(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생산하는 수일개발이 사실상 처음이다. 건국대의대 내과교수인 최수봉 박사는 국내 최초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인공췌장기를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할 수일개발을 설립, 부인을 대표이사에 앉혔다. 최 교수의 부친 또한 흑석동에서 최내과의원을 운영하던 내과의사인 것에 힙입어 수일개발은 지난해의 경우 대당 1백만원 가량하는 인공췌장기를 2천대 이상을 생산, 진료수익은 물론 제품 판매수익을 동시에 거두는 등 10여년간 매년 엄청난 양의 인공췌장기를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들어 몇몇 의사가 의료기기 업체를 설립했으며 회사 설립을 준비중인 의사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의사들에 의한 의료기기 회사 설립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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