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의 견인차 노릇을 해 온 통신업계에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지역(시내) 및 장거리(시외)전화사업자인 일본전신전화(NTT)를 비롯해 국제전화사업자인 국제전신전화(KDD), 시외전화사업자인 DDI와 일본텔레컴 등 상장 4개사가 최근 내놓은 98회계년도(98년 4월-99년 3월) 사업계획서는 모두 전년보다 훨씬 못하게 짜여져 있어 금후 1년간 이들의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지난달 말 우정성에 제출된 NTT와 KDD의 98회계년도 사업계획. 이에 따르면 NTT의 경우 매출액이 6조4천5백90억엔으로 전년비 0.8% 감소하고, 경상이익은 30% 가까이 줄어 든 2천7백40억엔에 머물러 5년만에 감수감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DD는 매출액이 1.7% 줄어든 3천6백억엔, 경상이익은 37% 이상 감소한 1백억엔에 그쳐 3년 연속 감수감익이 예상된다.
신규통신사업자인 DDI와 일본텔레컴 역시 극심한 사업 부진을 각오해야 할 처지이다. 특히 DDI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비 1.7% 감소한 5천2백억엔으로 감소 폭이 크지 않지만 경상이익은 무려 65% 줄어 1백5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텔레컴도 매출은 4천억엔으로 0.7% 줄지만 경상이익은 37% 이상 감소한 2백20억엔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상장 4개사의 98년도 사업계획이 한결같이 저조한 것에 대해 개방, 자유화 및 그에 따른 업계재편 등을 배경으로 일본 통신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무차별적」이라고 까지 표현될 정도로 격화되고 있는 사업자간 또는 서비스간 경쟁이 「온실의 화초」처럼 커온 이들 업체로서는 아직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시장개방 및 자유화에 따른 「요금경쟁」 이다.
NTT가 독점하고 있는 시내전화의 경우 도쿄전력이 출자하는 TTNet의 참여로 경쟁이 불붙기 시작해 할인요금제 등으로 요금이 떨어지고 있다. NTT로서는 그만큼 수입이 압박받고 있는 셈이다.
KDD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전화시장은 더욱 심각해 공중망과 전용망을 연결하는 「공전공」서비스와 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저가 서비스의 등장으로 요금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올 여름부터는 요금제도가 현행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져 요금은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 통신사업자들의 진출도 이들의 사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일본 정부가 독자 회선을 갖추고 통신서비스에 나서는 「제1종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외자규제를 철폐한 것은 사실상 외국 통신사업자의 본격 진출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로써 일본 통신시장내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즉, 종전의 「NTT대 신규통신사업자」라는 단순 대결구도에서 「NTT대 외국 업체가 가세된 신규통신사업자」로 경쟁구도가 바뀌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장거리전화사업자인 월드컴이 이미 1종사업 면허를 취득했고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컴(BT) 역시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서 일본 국내업체와 외국업체간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됐다.
사실 외국 업체들의 본격 진출은 예견된 것으로 지난해부터 일본 통신업체들 사이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합병 등 제휴는 그 대응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합병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전화사업자인 IJI와 합병한 일본텔레컴은 합병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98회계년도에도 감수감익이 예상된다. 또 오는 10월 시외전화사업자인 텔레웨이와 합병하는 KDD 역시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98년도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4개사는 그 대응책 마련에 손을 쓰고 있으며 그 방향은 인원삭감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NTT의 경우는 슬림화 목표인 15만명 체제를 이달 말로 앞당겨 완료하고 내년 3월 말에는 14만1천명으로 인력을 더욱 줄일 계획이다. KDD도 3천명 체제를 이번 달에 달성하고 내년 3월까지는 2천5백명(텔레웨이 제외)선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일본텔레컴과 DDI도 비용삭감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감수감익의 당연한 결과로 설비투자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본열도주회케이블(JIH)건설을 추진 중인 KDD가 98년도 설비투자비로 1천2백9억엔을 책정, 전년보다 12%가량 늘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과 같거나 그 이하이다. 특히 전체 산업에서 설비투자비가 가장 많은 NTT는 2년째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내경기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의 견인차였던 통신업계의 투자 위축 여파는 NEC, 마쓰시타통신공업 등 통신업체는 물론 스미토모전기공업 등 전선업체, 건설업체 등으로 까지 번져갈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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