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에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열풍이 불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CTI가 IT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별개 영역으로 발전해온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점차 CTI라는 큰 줄기로 모이면서 정보통신의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CTI는 말그대로 컴퓨터와 전화를 통합한 모든 IT기술을 가리킨다. 그동안 전화와 관련된 모든 콜(Call)은 교환기에서만 제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CTI서버라는 별도 시스템을 통해 콜을 제어하고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것이 CTI의 출발점이다. 즉 통신단말기 가운데 가장 보편화한 전화와 효율적인 업무수행에 필수품인 컴퓨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 정보기술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CTI기술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지 3, 4년에 불과하지만 음성 및 데이터를 이용한 각종 메시징, 네트워킹,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IT분야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CTI는 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콜센터나 고객센터 구축을 위한 기반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CTI 솔루션이 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통신수단을 이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CTI 기반 콜센터는 이미 보편화한 단순 콜센터와 확연히 구분된다. 컴퓨터를 결합하지 않은 콜센터는 고객과 통화할 때마다 상담원이 수작업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를 일일이 검색할 수밖에 없어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반대로 CTI를 기반한 콜센터는 센터로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면 고객의 정보를 상담원이 알 수 있도록 화면에 보여주는 스크린팝 기능을 지원한다. 상담원은 이를 통해 고객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반복적인 질문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이외에도 기존 콜센터와 CTI 기반 콜센터는 자동콜분배(ACD)기능과 외부에서 콜에 들어오는 인바운드 및 외부로 콜이 나가는 아웃바운드 기능 면에서 차이가 난다. ACD는 각 상담원의 전화 폭주량이나 상담내용에 따라 자동으로 콜을 분배해주며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기능은 고객의 콜을 단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처리해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CTI의 필수 서비스다.
이 가운데 아웃바운드 기능은 고객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고 해당 고객의 정보를 상담원의 화면에 나타내 줌으로써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또 상담내용은 자동으로 모니터링돼 시간, 비용, 업무효율 모두를 만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카드회사를 중심으로 콜센터, 폰뱅킹센터, 애프터서비스센터, 소비자 상담실과 같은 곳에서 CTI시스템이 응용되고 있다. CTI 솔루션이 단순한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사내 핵심 인프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각 기업에서 구조조정 및 경비절감과 맞물리면서 CTI 솔루션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즉 CTI기술을 이용한 콜센터 솔루션이 인원를 감소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적은 인원으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어 기업 생산성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CTI시장이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한 단계여서 시장 전망이 밝으며 초기 시장진입이 수월해 CTI 업체수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CTI시장을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상반기는 각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기업들의 투자 마인드가 되살아나는 올 하반기부터는 최대 호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그동안 통신사업자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CTI시장이 최근 IMF의 여파로 비상이 걸리면서 일반 기업체들까지도 잇따라 제안서를 요청하는 등 CTI시장이 확대일로에 있다.
올해 CTI시장 규모는 교환기(PBX), 음성 및 팩스처리 시스템(VMS/FMS)과 같은 시스템을 포함한 턴키 개념으로 2천억∼2천5백억원 규모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가운데 시스템을 제외한 솔루션 시장만도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5백억∼6백억원에 비하면 2배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00년경에는 1조원의 시장규모를 보여 정보통신분야 가운데 별도 항목으로 구분될 정도로 유망한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CTI시스템 업체는 올해 목표 매출액을 지난해 보다 평균 40∼50% 이상 높게 잡고 시장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CTI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30여개의 크고 작은 업체가 자체 CTI솔루션을 가지고 시장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이같은 열기는 최근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크게 세가지 군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PBX/VMS/FMS와 관련된 주로 하드웨어 기술을 가진 교환기 업체군이다. 이들 업체는 자사가 갖고 있는 교환기기술을 기반으로 CTI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교환기업체군은 교환기 기술과 노하우가 없으면 완벽한 CTI 구현은 힘들다고 주장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CTI시스템을 구축할 때 교환기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CTI 관련 애플리케이션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음은 시스템통합(SI) 업체군이다. 쌍용정보통신, 동부정부기술, LG소프트,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 등을 주축으로한 SI업체도 별도 CTI전담팀을 구성하거나 국내 중소업체나 외국업체와 협력해 치열한 세 겨루기를 진행중이다. 특히 최근 CTI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일부 업체는 전략사업의 하나로 CTI사업을 정하고 시장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CTI분야가 네트워킹을 이용한 시스템통합이라는 측면에서 SI와 손쉽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TI시장에서 아직까지 가장 큰 세력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CTI 전문 솔루션 업체군이다. 이들 업체는 또 다시 자동응답시스템(ARS)의 연계사업으로 CTI에 진출한 업체와 통신용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한 업체로 크게 구분된다.
로커스, 오성정보통신, 카티정보, 범일정보통신, 보승정보통신 등 이들 CTI전문업체군은 비록 회사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측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임한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와 연계된 애플리케이션 기술 등 CTI와 관련된 통합된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며 회사규모가 작은 반면 시장대응이 빠른 점을 무기로 내세운다.
이와 함께 CTI 전문업체군은 DB마케팅 아웃바운드, 문자음성전환(TTS), 인터넷통신통합(ITI), 통합메시징시스템(UMS)과 같이 저마다 경쟁력 있는 고유기술을 바탕으로 전문화를 표방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CTI업체는 최근 하드웨어보다는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CTI분야의 궁극적인 경쟁력이 요소기술 확보에 달려 있고 궁극적으로는 고유 CTI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기 위함이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머무르고 턴키방식으로 외국의 솔루션을 그대로 도입한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CTI분야가 점차 자체 기술를 기반으로 통신과 컴퓨터를 통합해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사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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