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지난해까지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등 4대 PC통신 가입자 총수는 3백10만명 선으로 지난 96년에 비해 1백40여만명이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구가했다. 인터넷서비스부문 역시 지난해까지 23만여명의 개인가입자와 8천1백여개 기관가입자를 유치, 8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성장기조를 형성했다.
온라인서비스 시장규모의 확대는 국내에 거세게 불어닥친 정보화 열기에 힘입은 결과다. 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같은 성장세가 올해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시스템을 증설하고 고객유치 계획을 마련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 회선증설과 장비확충에 지난 96년 대비 각각 1백50%와 20% 늘린 규모의 액수를 투자했다. PC통신업체들의 경우 총매출 2천3백10억원 가운데 무려 22%에 달하는 5백20여억원을 지출했다.
올해는 IMF 한파로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상상할 수도 없게 됐다. 기존 회선임대료와 설비 유지보수비용을 확보하기에도 벅찬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정부 주도로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국가정보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비스업체들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저항없이 받아들였던 전화요금, 회선임대료 및 회선임대제 등 각종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투자하려 해도 돈이 없는 현실이다 보니 전화사업자와 정부에 대해 오랫동안 굳어진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 자금을 확보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업체들이 시정을 요구하는 사항은 우선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내는 전화사업자의 전화요금 독점현상이다. 지난해 개인이 1개월 동안 4백분씩 PC통신을 이용했다고 가정할 때 전화사업자가 올린 매출은 총 7천4백80억원 정도. 이는 PC통신 4사가 거둔 매출액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물론 실제는 이보다 더하다는 게 PC통신업체들의 주장이다.
PC통신업체들은 『전화사업자가 별다른 마케팅, 홍보활동 없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화사업자가 PC통신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은 전화교환기가 유휴상태인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발생하는 것이어서 PC통신사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체들은 과중한 회선비용 부담과 회선확보의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PC통신, 인터넷 사업자는 지난 95년부터 97년까지 회선 및 장비 투자에 전체 지출액의 54%를 쏟아부었다. ISP의 경우 97년 기준 회선비용은 총지출의 50%를 차지, 경상수지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만들었다.
서비스업체들은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로부터 통신장애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며 『투자를 해야 하는데도 자금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ISP들은 국제회선 요금정산의 불평등으로 사업이 존폐기로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ISP들은 『국제 ISP간 상호 인터넷 연결비용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공동분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측 ISP와 거래할 때 국내 ISP들은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1백% 회선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PC통신사업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용회선 임대시 경험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의 차별대우에 불만만 쌓이고 있다. T1급(1.544Mbps) 이상 디지털 전용회선 임대시 무선호출기 등 기간통신사업으로 분류된 업종에는 현재 50%의 할인요금이 적용된다. 그러나 부가통신사업으로 지정된 온라인서비스분야에는 「동일 전화국을 통해 10회선 이상을 임대할 경우」에만 10%의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그나마 여러 전화국에 걸쳐 10회선을 빌릴 경우 이같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대도시 인접통화권 사용자의 014XY망 접속을 제공하기 위해 T1/E1급(2.048Mbps) 전용회선을 빌릴 경우 각각 56만2천5백원/75만원인 시내 전용회선요금 대신 2백46만원/3백28만원인 시외 전용회선요금을 납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서비스업체들의 주장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전화국이 온라인서비스업체들에 서비스에 필요한 전화회선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업체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의 경우 이같은 현상은 극심하다. 지역전화국은 전화를 받는 형태를 취하는 PC통신으로 인해 직접 거둬들이는 수입이 없는 반면 트래픽의 폭주로 전화교환시스템에 항상 과부하가 걸린다는 이유로 회선제공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체들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회선을 임대하느라 불필요한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사업자에 일반전화 청약금을 받고 있는 것도 이들의 자금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PC통신 4개 사업자는 『지난 97년 지불한 회선청약금은 32억5천만원』이라며 『사업자를 일반이용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서비스요금을 체납한 이용자가 전체의 13.6%를 차지하는 것도 온라인서비스사업자의 경영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저래 서비스업체들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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