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조건을 갖춘 업체들이 인터넷폰 사업을 임의로 추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국제전화사업자의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세 통신사업자가 인터넷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과연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모아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통신, 데이콤, 온세통신은 인터넷폰 사업 참여의지가 현재로선 거의 없는 상태다. 이것은 AT&T, 도이치텔레콤 등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의 모습과 반대 양상이다.
물론 세 통신사업자는 인터넷폰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 테스트를 대부분 끝내놓은 상태다. 서비스를 정식으로 제공할 경우 곧바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통신사업자는 인터넷폰 사업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오는 2000년까지 2백40억원을 투입해 인터넷폰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안에 서울 38개 지역에 장비를 신, 증설하고 회선수도 5천포트로 늘려 본격적인 인터넷폰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었다.
데이콤과 온세통신도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콤은 인터넷폰 개발을 전담하는 별도의 연구팀을 마련, 지난해 상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제3국제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도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시험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들 3사는 올해들어 약속이나 한듯 『시장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상용서비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굳이 앞서서 나아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국제전화 사업자들은 인터넷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듯한 눈치다. 한 관계자는 『인터넷폰 서비스가 국제전화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단정했다.
기존 국제전화 사업자들이 인터넷폰 상용화를 꺼리고 있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폰 사업자들이 기존 국제전화에 비해 50%까지 저렴한 요금을 들고 나오고 있지만 국제전화 사업자들은 요금인하로 대응하기는커녕 최근 오히려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따라서 저렴한 국제전화를 표방한 인터넷폰이 붐을 일으키는 데 기존 사업자들이 도와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결국 기존 국제전화 사업자들은 인터넷폰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기존 국제전화와 요금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전화버튼을 많이 눌러야 한다는 점 등을 역홍보하면서 당분간 방어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인터넷폰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일시에 뛰어들어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전략도 인터넷폰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분석된다.
인터넷폰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도 3사의 공통점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올해 인터넷사업 부문 매출 목표치는 2백5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백50억원 규모보다 1백억원이 추가된 규모다. 한 관계자는 『올해 1백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벌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데이콤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데이콤은 현재 한국통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통신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온세통신은 가장 소극적이다. 신규 진출한 국제전화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만도 벅차다는 인상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SI업체들은 고심에 고심을 더하고 있다. 당초 인터넷폰 사업에 전격 진출할 것으로 기대됐던 SI업체들이 구조조정 여파에 시달려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신정부가 최근 재벌들에 대해 주력사업을 3∼4개로 지정하라는 주문에 따라 SI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몇몇 업체만을 제외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경제한파에 따른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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