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대통령취임 기념 특집]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심포지엄

<> 전자정부 비전(이남용 국방정보체계연구소)

현재 우리는 급속한 정보기술 발전에 의하여 국가, 사회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같은 도전의 핵심을 각각 정보혁명, 신산업혁명, 경영혁신, 칼스, 전자상거래, 범지구촌적 시장통합, 전자정부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와 같은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 기업, 개인은 파멸과 쇠퇴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혁신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즉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강력한 태풍과 같은 것이다.

전자정부는 단순히 기존의 행정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자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정치적 이념인 민주주의, 시장경제, 기회균등의 원리가 실현되어 땀 흐린 만큼의 대가가 돌아 가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임무, 기능, 제도, 절차, 규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경영혁신(Business Reengineering)이 핑요하며 또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경영혁신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덜고, 생산성이 높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전문가를 발탁해 활용해야 하며 또 정부가 생산하는 상품(정책, 법령, 프로그램 등)과 각종 서비스(행정, 법률, 정보 등)를 보다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 및 서비스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또 정부 각 부처가 중복,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하루빨리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전자정부를 건설하는데 선결되어야 할 조건을 살펴보면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기획, 예산, 집행, 평가 등의 업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보화하여 불필요한 의사소통 비용(설명, 회의, 보고, 출장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국민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정보 및 서비스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입법, 사법, 행정부에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에도 전자상거래의 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셋째, 「정보화 프로젝트 관리법」을 제정,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 생산되는 정보의 생산, 관리, 활용과 정보기술 자원의 관리, 운영 등의 표준화를 서둘러야 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자정부와 민간부문의 정보화에 따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각종 컴퓨터 관련 범죄에 대한 예방책도 한시바삐 수립해야 할 것이다.

<> 정보화 중역제(CIO) 도입(조완수 국방정보체계연구소)

차기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전자정부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이러한 구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전문가를 다수 정보화중역(CIO, Chief Information Officer)으로 채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전자정부를 실현을 위해 각 부처별로 CIO를 임명하는 것」을 차기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할 1백대 과제중에 포함시킨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판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CIO는 우리 나라에서 아직 생소한 직제다. 따라서 최근 CIO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는지부터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미 의회는 지난 95년 정부 차원의 정보관리와 관련, 광범위한 개혁안을 법률로 제정했다. 그 동안 미국 연방정부가 정보화에 대한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안 발안자인 윌리엄 코헨(William Cohen) 의원의 이름을 따서 흔히 「코헨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률안(정식 명칭: Information Technology Management Reform Act)은 모든 중요한 미 연방 정부기관에 CIO를 선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CIO 제도 도입은 정보화 사업에 대한 정부 각 부처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미 연방정부 기관은 지난 96년 8월부터 CIO를 임명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국무성, 법무성, 국방성, 상무성 등을 비롯한 24개 주요 연방기관에서 CIO를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기관에서 CIO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IO의 선임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의 업무를 최적으로 만들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성의 경우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구상(Defense Reform Initiative)」을 살펴보면, 무기구입 및 기술차관의 최고 책임자가 다름아닌 국방성의 CIO가 맡고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하면 국내 상황은 아직 초보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에도 소수의 대기업(삼성, LG, 선경, 동양, 대림 등)에서만, 그것고 극히 최근에야 CIO를 임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정보화 상황은 민간기업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정부 각 부처에는 「전산 담당관」이 있는데 이들의 위상은 기획실장에게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우기 정부 각 부처의 정보화 추진 역시 각 국, 실별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화 전문가가 아예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신설될 정부 CIO의 역할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부 CIO는 정부 혁신의 촉진자이어야 한다. CIO는 정부 혁신의 촉진자로서 앞으로 정보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 정부 혁신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동시에 정보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 CIO는 정부 행정의 재설계자인 동시에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으로부터 각종 정부기관의 수장에 이르기까지 최고 관리자를 위한 보좌역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로 뽑힌 정책 결정권자나 이들에 의하여 임명되는 고위 정책 집행자는 대부분 정보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책과 기술간 이질성을 전략적으로 연결해 주는 사람, 즉 CIO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 CALS/EC에 의한 투명한 전자정부(김성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 실시와 더불어 권력분산이 다소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각급 정부간 협력에 있어 가장 큰 장애는 권력집중이다. 전자정부가 제구실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일선 행정기관에 보다 많은 자율권이 주어져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탄력성 있고 현실 적합성이 높은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전자정부를 추진하는데 있어 개방성의 원칙은 정부뿐 아니라 정부 외에도 적용돼야 한다. 대주민 관계에 있어서는 전자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는데 가장 커다란 장애는 역시 권위주의이다. 정치적, 관료적 권위주의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주민과 밀착된 전자정부가 출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권위주의가 청산된 참다운 민주주의 아래에서만 전자정부는 국민을 정보의 수요자로 뿐아니라 정보의 공급자로 대우하게 된다.

전자적 정기공청회, 의사반영정보채널 제도화 등을 통한 참여민주주의 실현과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입력(input)과 협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부내의 횡적인 협력과 종적인 협력, 정부와 국민간의 협력, 국제간의 협력을 통한 개방적 접근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CALS/EC 정보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기관 사이의 협력 부족과 권위주의적 관료 체제에서 정보를 독점하거나 정보흐름을 왜곡함으로써 부처나 부서의 이권을 지켜왔던 오랜관행이 전자정부 구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열악한 것 중의 하나가 국민들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에 있는데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정부 대책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결국은 궁극적으로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정부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자적 접근 개발 및 연구를 위한 통합적 위원회를 구성, 효율적인 CALS/EC 접근을 개발 및 연구하기 위해 관련 부처 및 기관/단체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관심을 보이고 개발 능력을 보유한 개인 사업체 및 조직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개발의 근본적인 윈칙은 이용자가 단 한 번의 접근을 통해서 여러 가지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 실시도 고려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쉽게 정부의 정보와 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해 단 하나의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를 만들어, 이용자가 그 번호를 통해 필요한 여러 가지의 정보와 서비스를 얻게 된다. 만약 이용자가 어떠한 부처의 전화번호를 모른다면 이번호를 통해 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눈에 정부는 하나로 보여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업무가 쉽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되는 한, 외무부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하든, 정보통신부와 통산산업부에서 여권을 발급하든 상관이 없다. 이러한 혁신적인 대민 서비스는 바로 행정기관 사이의 일정한 협력과 정보의 공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부처간 또는 부서간 협력과 정보공유를 촉진하는데는 여러 가지 대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원칙적인 수준에서 말한다면 그 문제는 강압적 수단을 통해서보다는 인센티브 도입과 같이 자발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 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혁신 방안(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세계 소프트웨어산업 시장은 이제 적어도 4천억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에 와있다. 우리나라는 이중에서 20억달러도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11위국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정보기술의 구석기 시대를 살고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아르헨티나와 이웃할 만한 수준이다. 이러한 후진성은 근원적으로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산업의 고부가가치적 측면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인식에 개선의 여지가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형 정보화 과업에 있어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이들을 꿰어 엮는 노하우, 즉 정보화 구축 방법까지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는 판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러한 수입판들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또다른 문제점 때문에 정보기술 분야의 외국 기술 종속도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다.

기술개발 시작에서부터 상품화에 이르는 과정이 1년, 더 짧게는 반년 걸리는 분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생명주기 성격에 덧붙여 연간 산업성장률이 거의 30%에 육박하는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가능한 분야는 더욱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컴퓨터산업이다. 이러한 국가 경제에 대한 잠재적 기여도가 1위가 될 산업을 특화하여 지원 육성 및 관리해야 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컴퓨터산업이 오늘날 존재하는 타 산업과는 산업구조 성격 상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별도 관리체제를 갖추지 않는다면 정보산업의 육성이라는 구호는 그야말로 말로만 끝날 뿐이다.

말레이시아가 비전2020이라고 부르듯이 우리는 이제야말로 컴퓨터산업부를 과감히 신설해 MIT 2010, 즉 Ministry of Information Technology 2010으로 부를 만한 새로운 「새마을」 운동이 이제 일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보산업의 규모나 역사는 반도체부문을 제외하면 자랑스럽게 내놓을만한 것이 별로 없다. 산업계에서도 정보산업의 노른자 격인 소프트웨어산업에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산, 학, 연, 관의 네 개 주체 중에서도 누구보다도 정부는 앞을 내다보고 정보산업이 소프트웨어산업 중심으로 틀을 갖추도록 앞장서 주어야 한다. 10년 후에는 우리나라 경제 부흥에 최고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컴퓨터산업에 확실히 무게 중심을 실어주는 작업이 이제 시동되지 않고는 G7 진입이라는 장미빛 구호는 다시는 듣기 힘들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각국 정부의 표어에는 「작은 정부」나 「효율적 정부」와 같은 과거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이 등장한다. 정부 과거 조직에 대해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이에 대한 처방이 어디에서 부터 시작 가능한 가에 대해 별 묘안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정부 실현이라는 지상과제 이외에도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정책 구현이라는 또 하나의 대수술적 과제가 이미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눈을 세계로 돌려보자. 오늘날 중소기업 창업의 요람으로 볼 수 있는 모험도전기업(벤처기업)의 약 70%정도가 정보산업 분야이며 또 이 가운데 거의 모두가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이다. 즉 컴퓨터 분야의 도전기업 육성 정책 없이는 국가 차원의 중소기업 육성은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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