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출로 전자산업 "弗길" 끈다 (7);산업전자-장치부문

수출만이 살길이다. IMF한파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민간부문의 건설 및 플랜트 경기가 동결되면서 내수시장에 안주해 오던 산전업계의 해외시장 진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수요업체의 호황에 편승, 내수시장에서 힘들이지 않고 상승가도를 질주하던 산전업계가 IMF라는 암초에 걸리면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해외시장에서 생존의 비법을 찾아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LG산전, LG하니웰, 삼성전자, 현대정보기술은 물론이고 랜디스기어코리아, 나라계전, 동양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등 모든 산전업체의 미래가 해외시장 개척여부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산전업체가 수출 전담반을 편성, 해외 현지법인 설립에 나섰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미개척지역에 수출 특공대를 파견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올 경영기조를 수출 확대로 설정한 LG산전은 전년보다 35% 늘어난 3억달러를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다소 버거워 보이는 이러한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LG산전은 수출 더하기, 비용 투입 최적화, 해외법인, 지사의 경영 활성화라는 3대 목표를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하는 한편 차등화된 전략으로 수출시장 확대에 나선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동남아시장의 경우 영업전략을 유동성 확보에 두고 싱가폴, 베트남, 필리핀은 엘리베이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은 전력기기제품으로 관급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인도, 아프리카,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미개척 지역에는 현지사정에 밝은 전문가로 구성된 일명 「람보 특공대」를 파견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모든 사력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하니웰과 합작설립한 LG하니웰은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 한해동안 해외시장 매출 2천5백만달러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핵심인력을 해외사업부문으로 전진 배치하는 한편 소프트웨어를 현지 언어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을 특화시켰다.

제품군별로 차별화된 시장 공략전략을 수립한 LG하니웰은 빌딩제어시스템의 경우 미 하니웰 홍콩지사와 연계, 홍콩,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으로 판로를 늘려 나가고 CCTV시스템은 유럽, 중동, 미국, 중국 등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광전센서는 미 하니웰에 역수출할 계획이다.

또한 분산제어장치(DCS)는 인도, 이집트, 쿠웨이트, 파키스탄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전세계에 걸처 있는 미 하니웰 영업망 및 AS망을 활용하고, 온도조절기와 비디오폰은 브라질, 호주, 중동, 아프리카, 터키, 태국 등을 집중공략한다.

올해를 「수출 총력의 해」로 선정한 삼성전자는 총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한다는 방침아래 전략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인프라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수출지역 다변화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해 인텔리전트빌딩시스템, 교통제어시스템, IC카드 등 산전제품의 수출을 지난해 보다 5배(5천만달러) 이상 달성한다는 전략아래 유럽, 미국, 일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특히 수출 전략제품으로 선정한 CCTV의 경우 가전제품 관련 기술을 접목시켜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인텔리전트빌딩시스템과 IC카드도 수출 유망상품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내수시장에 치중해오던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말 중국지사 설립팀을 구성하는 등 올해부터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정보기술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인텔리전트빌딩시스템을 필두로 의료영상정보 전달시스템과 선박엔진 예측진단시스템을 수출의 첨병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중 세계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의료영상정보 전달시스템은 선진 각국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이의 구축을 서두르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밝게 해주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선박엔진 예측진단시스템은 미국 정부가 선박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국책 프로젝트에 이 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하는 등 수출 유망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말 해외프로젝트팀을 전격 구성한 랜디스기어코리아는 전체 매출의 20% 상당을 해외시장에서 확보한다는 목표아래 해외 산전업체 및 국내외 건설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적이며 나라계전도 올해초부터 산전관련 국제 전시회에 참여, 자사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건축경기 침체로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엘리베이터업계는 내수침체 극복과 수출확대를 위해 글로벌 경영을 선언,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산전을 비롯, 동양에레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엘리베이터 3사는 올해 영업기조를 내수영업의 경우 현상유지 정도로 하고 해외시장에 전사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부문에서 1억4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LG산전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 빌딩설비 부문에서 수출 2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미주지역 본부 및 동남아지역본부를 신설해 해외영업망을 강화하고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셈코사, 그리고 중국 현지 공장을 본격 가동해 미국 및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동양에레베이터도 올해 수출에 무게를 두고 수출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신규 법인 및 지사, 에이전트 등의 확대를 통해 영업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키로 했으며, 미국 현지 생산법인인 CEC를 통해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UAE 등에 개설한 에이전트를 활용해 동남아 및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동양은 특히 지난해 9월 중국 대련AS센터 설립을 계기로 엘리베이터 설치 및 보수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한편, 초고속 엘리베이터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합작투자도 적극 추진중이다.

지난해 5천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수출액을 7천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동안 부품수출에 그쳤던 주차설비의 완제품 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물류설비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 회사 역시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데, 현지 생산법인의 안정을 바탕으로 중저속 및 고속기종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 수출 1천5백만달러를 달성해 코네-몽고메리를 제치는 한편 지난 96년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인도의 키네틱사를 전진기지로 활용, 인도 및 주변 국가에 대한 시장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산업화 가속화와 더불어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17년만에 내수시장 위축과 함께 대외경쟁력이 약화돼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세계 12위에 랭크돼 있지만 아직도 기술과 경쟁력은 선진 외국 기업보다 뒤져있고 지난 96년까지 증가세를 지속해왔던 중전기기 및 전선 수출도 지난해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전기공업진흥회가 잠정집계한 97년의 중전기기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수출은 10억9천4백57만7천달러로 전년 대비 5.1%가 감소했고, 전선 수출액은 6억1천65만달러로 2.4%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중전기기 및 전선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동안 국내업체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던 동남아 국가의 시장이 침체된 데다 중국 전기업체들의 자국시장 진출 증가 및 동남아시장 진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유명 중전기기업체들의 현지 공장화가 급진전되면서 국내업체들의 가격, 기술 경쟁력도 크게 낮아졌다. 중국시장의 경우 이미 세계적 중전기기 업체인 지멘스, ABB, 웨스팅하우스, GE, 미쓰비시, 히다찌, 도시바 등이 진출해 값싼 노동력과 입지조건을 활용,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중전업체들은 해외 수출을 늘리기 위해 수출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하기 보다는 중저급 기종으로 특화시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중전기기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시장정보 부재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대처능력도 부족해 국제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국내외 관련 단체나 기관과의 기술 및 정보교류 체계의 확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공업진흥회가 올해 5월에 개최할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에 해외 바이어 5천여명을 대거 초청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함께 각 나라마다 요구하는 특정기관의 시험을 받아야 하는데다 각종 품질 인증도 상호인증 체계가 갖추어 있지 않다는 점도 수출에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올해 외국 정부 또는 국제시험 인증협력을 추진, BS나 IEC, UL 등 특정기관 시험요구서를 전기연구소의 시험성적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업체들의 해외 신규 투자도 잇따를 전망이다. 고환율 시대가 계속될 경우 투자시기는 늦어질 수 있지만 LG산전을 비롯 광명기전, 광명제어, 계양전기, 고려중전기, 보성중전기 등 11개 업체들은 총 1백50억원~2백억원을 투자해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선업계도 내수시장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선의 경우 올해초 사장이 단장을 맡고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해외사업단을 발족, 프로젝트 단위의 수주에 주력키로 했으며, 올해 수출목표를 4억5천만달러로 잡았다.

대한전선도 수출확대를 위해 해외영업부를 40여명으로, 또 해외현지법인 관리인원은 20여명으로 대폭 늘리고 올해 4억7천만달러의 수출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중국의 2개 현지법인을 종합케이블 생산업체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시장 점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함께 대성전선은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베트남과 탄자니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며 희성전선은 중국 시장을, 그리고 극동전선은 특화에 성공한 선박용 전선을 주무기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같이 국내 산전관련업체들이 일제히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나 세계 유수의 산전업체들이 곳곳에서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각국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갖가지 견제수단을 동원하는 등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산업전자분야는 각국의 사회기반시설의 국책사업과 물려있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공조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며 업체간에도 각종 해외시장관련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이다.

<원연,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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