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출로 전자산업 "弗길" 끈다 (5);컴퓨터-소프트웨어

꿈만 같던 소프트웨어(SW)의 수출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 것을 사다 쓰는 데만 익숙했지 우리 것을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비록 작은 규모나마 수출성사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SW업계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 줄 데가 설마 있을까』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잘하면 되겠는데』하는 반신반의로 바뀌더니 올해 들어서는 『이참에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를 소프트웨어 수출원년이라 한다면 올해를 도약기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이같은 환경의 변화는 지표 상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한소협)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실적은 총 8천1백만달러 규모. 전년대비 무려 2백78.5%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같은 증가세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 지난해보다 1백60% 증가한 2억1천2백만달러의 소프트웨어 수출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을 주도한 주요업체로는 포스데이타, LG EDS시스템, 한진정보통신 등 시스템통합(SI)업체가 총 3천5백만달러를 수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고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서는 케이엔씨가 전화, 팩스 동시실행 프로그램으로 6백만달러를 수출, 1위를 차지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수출을 달성, 화제가 됐던 핸디소프트가 4백만달러를 벌어들였고 KCC정보통신이 은행의 해외지점에 국제금융정보시스템을 공급했으며 다림시스템 역시 실시간 MPEG 압축 프로그램을 1백만달러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밖에 LG히다찌시스템이나 교보정보통신, 대명정보산업, 코오롱정보통신 등도 SW수출에 한 몫한 SI업체들이다.

지난해 SW수출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SI를 의미하는 컴퓨팅서비스의 수출 주도가 지속된 가운데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수출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SI 수출증가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기업들이 먼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등장은 바로 이 분야가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 수출을 주도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소협은 올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수출이 급신장 할 것으로 예고하고 특히 패키지 SW 수출증가는 바로 이 게임소프트웨어에 의해 달성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컴퓨팅서비스 수출증가율이 1백60%에 그치지만 패키지 SW 수출증가율은 2백47%에 이르고 이 중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수출증가율은 3백%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패키지 SW 수출증가는 패키지 SW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양적인 증가 이외에 수출구조도 점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수출실적이 이처럼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는 지난해 맺은 수출계약이 올해부터 실질적인 매출로 나타날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게임업체인 애플웨어, 음성파일재생 소프트웨어 업체인 거원시스템, 인트라넷의 장미디어인터렉티브 등이 올해 가시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수출이 이처럼 붐을 타고 있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정부의 SW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끼친 영향이 크다. 정부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인 SW가 자원빈국의 우리나라에 가장 적절한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SW를 수출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정통부는 오는 2002년에 소프트웨어 수출 35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수출지원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SW수출진흥위원회를 만들어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토록 하고 수출진흥 전담부서도 SW지원센터 내에 설치, SW수출과 관련된 실무적인 사업을 담당토록 했다. 이밖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해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종합상사를 육성하는 등 수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이외에도 인력양성, 소프트웨어 공제사업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또다른 요인은 업계 스스로 수출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협소한 국내시장이 IMF 한파로 더욱 줄어들어 SW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자 업계 스스로 수출밖에 살 길이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원화가치 하락으로 국산 소프트웨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수출의욕을 북돋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최대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누구나 만나면 수출문제를 화제로 올리고 있으며 한소협이나 소프트웨어지원센터에는 매일 수출가능성을 타진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물론 벌써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올 들어 이미 서울시스템, 버추얼아이오, 유니소프트, 인포데스크 등이 패키지 소프트웨어 수출을 성사시켰으며 수출을 추진중인 업체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스템은 일본 동경대학의 고문서 전산화작업을 위해 서체수출 등에 올해 10억엔을 받기로 계약했으며 후생성과도 의학논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비슷한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버추얼아이오는 일본 JSS에 3년간 7억엔어치의 인트라넷 패키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으며 유니소프트도 일본삼성에 일한번역 소프트웨어를 1억4천만원에 수출키로 계약했다. 또 인포데스크도 싱가포르 휴렛패커드(HP)에 개인정보관리 소프트웨어 수출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소프트웨어 수출열기가 이처럼 뜨거워지면서 소프트웨어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주변산업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소프트웨어 수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올해 4월에 미 실리콘밸리에 설립될 예정인 SW 해외지원센터는 국산 소프트웨어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이트미디어의 「칵테일97」을 전략적으로 수출키로 했던 삼성물산이나 (주)대우 등 종합상사들이나 현대정보기술과 같은 대기업, 한컴서비스나 조이월드 등 SW 종합상사를 지향하는 일부 소프트웨어 유통 전문업체들도 소프트웨어를 수출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발굴작업에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의 목소리는 높지만 아직까지는 「바람」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산업을 수출전략화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수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해외시장의 낮은 인지도다.

또 그동안 수출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까닦에 해외시장의 동향이나 수요자의 니즈 등에 대해서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마케팅 능력을 갖춘 인력도 없을 뿐더러 해외마케팅을 할 만한 자금여력도 없는 상태이다. 한 마디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지, 3박자가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수출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해온 해외 현지진출로 최근의 원화 환율상승에 따른 자금부담 증가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마케팅 지원을 강화와 대내적으로 기술 및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마케팅 강화를 위해서는 KOTRA 등 수출지원기구의 협력을 강화하고 마케팅 전문가를 육성하며 권역별 전략품목을 선정,틈 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W수출진흥위원회는 이와 관련, 권역별 중점진출 대상품목으로 게임SW나 만화영화의 경우 미국, 캐나다, EU 등 선진국 수출이 유망하며 교육용 SW나 오릭용 타이틀은 동남아 중국수출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또 인터넷, 인트라넷 SW나 통신 SW, 정보보호 SW, 자바기반 SW 등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 대한 수출이 가능하고 그룹웨어 및 사무자동화 SW는 동남아, 일본지역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한다.

특히 해외마케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나 업계가 공동 출자한 마케팅 전문회사를 해외에 설립하거나 해외업체를 인수,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마케팅 전문회사 설립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해외시장 동향에 밝은 종합상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직접적인 수출지원 이외에 SW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대내적인 SW 산업의 존립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정보화 투자확대는 어쩌면 가장 확실한 SW 수출지원 방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전산원은 이와 관련, 앞으로 정보화투자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SW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강화, 아웃소싱의 확대, 공공부문의 인터넷 등 네트워크 활용도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또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국내 SW산업 육성도 적극 모색할 팔요가 있다고 주장한다.이 센터는 『소프트웨어 수출대국들이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 결과적으로 자국산업을 육성하는 취하고 있다』며 『외국기업이 한국을 SW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SW 최신기술 및 선진경영 기법을 전수하고 해외수출의 강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일랜드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나 노벨, IBM 등 세계 유수의 SW업체들을 유치, 이들이 소프트웨어산업 매출의 주종을 이루고 있고 호주나 인도는 외국인 투자를 통해 자국의 SW인력을 국제화했으며, 캐나다 역시 정부가 나서 미국의 벤처캐피털이나 외국 유통업체와 중소 SW를 연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 국산 소프트웨어 수출은 지금의 분위기를 잘만 살려 나간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소프트웨어의 강국으로 등장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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