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요즘 수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PC와 주변기기업체들은 물론 중대형컴퓨터 업체들까지 이제는 내수에 안주하던 데서 벗어나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 함께 몰아닥친 고환율때문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업체들은 너나 할 것없이 수출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2의 도약까지 모색하고 있다.
PC분야의 경우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대우통신, LG전자, 현대전자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미 전사차원의 수출기반을 갖추고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수경쟁에 급급했던 PC업체들이 이처럼 수출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은 IMF의 직격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PC시장이 올들어 꽁꽁 얼어붙은 데다 환율상승으로 주요 원자재의 수입에 따른 원가부담이 가중돼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신 환율상승이 상대적으로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여줌으로써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하기가 그만큼 쉬어진 것이다.
먼저 삼보컴퓨터의 경우 연초에 영업팀을 수출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PC 완제품은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직접 조립생산하고 국내에서 수출하는 제품은 주기판과 이를 근간으로 한 PC 베어본시스템이 거의 대부분이다. 지난해 3억달러 어치를 주로 주문자설계생산(ODM)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했는데 올해에는 5억달러 규모로 늘려 내수판매와 수출비중을 비슷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PC 수출에는 전혀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삼성전자도 올들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첫 조치로 수원 PC사업부내 「OEM 추진팀」을 신설해 유럽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해외의 대형 PC업체를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 회사는 노트북PC를 주 수출품목으로 선정해 미국 새너제이연구센터와 공동으로 OEM 수출 특화제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우통신은 올해 컴퓨터부문의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억3천만달러로 책정하고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미국에는 현지법인(DATUS)을 통해 휴대형 항법장치(PNA)와 하반기에 개발완료 예정인 자동차용 오토PC의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디지털이퀴프먼트(DEC)사에 노트북PC를 대량으로 OEM 수출하고 있는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핸드PC(HPC), 디지털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 등 첨단 정보기기의 수출에 대대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들 정보기기의 수출확대를 위해 LG전자는 미국내 세일즈 전문가(현지인)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하고 서부, 동부, 중부 등 3개 권역별 지역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했는데 올해 1억5천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노트북PC 수출도 더욱 확대하고 데스크톱PC로 확대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현대전자는 지난해까지 동남아와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반제품(SKD) 수출에 주력해왔으나 올해는 미국시장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새너제이 현지판매법인을 통해 미국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중소규모의 유통업체들을 공략, 올해 완제품 기준으로 3만대 정도를 수출할 계획이다.
PC주변기기 업계도 IMF한파에 따른 극심한 내수시장 위축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수출이라고 보고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인력재배치를 통한 해외영업을 대폭 강화하는 등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수출확대를 위해 강력한 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급등하면서 국산 주변기기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크게 높아져 멀티미디어보드, 모니터, CD롬 드라이브, DVD롬 드라이브 등 PC주변기기 제품들의 수출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산전자, 삼테크, 두인전자 등 주요 멀티미디어보드 업체들은 IMF시대를 맞아 수출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아래 해외영업인력 보강 및 유통망 확대 등으로 수출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계시장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DVD 통합보드 및 VGA카드 등을 수출 주력품목으로 삼아 일본 및 미국시장은 물론 동남아, 유럽, 중남미시장 등 세계 전지역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출작업을 진행중이다.
가산전자의 경우 다양한 멀티미디어 통합보드를 개발해 미국 및 일본시장에 이어 올해는 중국을 비롯한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올해 수출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성장한 2백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 일본지사인 재즈아시아를 통해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강화, 자사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여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테크는 대기업의 유통채널을 통해 미국 및 중남미의 유력 PC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3D 그래픽 통합카드 등을 대량 공급해 올해 1천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두인전자도 미국 현지법인인 엘레시드(E4)를 통해 미국 10대 PC업체들에 DVD 통합보드를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세계 모니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니터업계도 올해를 수출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모니터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한솔전자, 코리아데이타시스템(KDS) 등 주요 모니터업체들은 환율폭등에 따른 모니터 수출여건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고 보고 해외마케팅 채널을 풀가동하는 등 모니터 수출확대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백만대의 모니터를 수출해 세계 모니터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한 저력을 바탕으로 올해 17인치 및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을 채택한 고부가가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브라질 등에 있는 해외현지 모니터공장을 풀가동해 모니터 생산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올해 모니터 수출을 지난해 대비 50% 신장한 7백만대 규모로 잡아놓고 있다. 한솔전자와 KDS 역시 해외 대형 유통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CD롬 드라이브 및 DVD롬 드라이브 등 광기억장치 분야에서도 예외없이 수출강화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광기억장치는 국내 컴퓨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치열한 자존심 문제까지 가세해 가장 첨예하게 수출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세계 CD롬 드라이브시장의 11%를 점유해 이 부문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는 LG전자는 올해 CD롬 드라이브 수출규모를 지난해 대비 20% 늘어난 8백만대로 잡고 수출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CD롬 드라이브를 수출전선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차세대 기록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DVD롬 드라이브의 수출도 병행해 나간다는 전략을 마련해 국내 DVD롬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달말에 2배속 DVD롬 제품을 미국과 독일 등에 1만대 가량 수출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도 CD롬 드라이브를 비롯해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HDD 등의 수출을 크게 늘려 나갈 방침이다.
중대형컴퓨터 분야의 경우는 국내업체들이 올해를 수출 원년으로 삼아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설 태세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삼보마이크로시스템 등 주요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이 이처럼 수출에 본격 나서게 된 것은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축적해온 경험을 이제 해외시장 개척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
특히 중대형컴퓨터의 기술이 갈수록 보편화, 모듈화, 표준화돼 윈도NT서버, 퍼스널 워크스테이션, 국산 주전산기 및 통신전용 유닉스서버 등 일부 중대형컴퓨터 기종의 경우 외산에 비해 결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체 분석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DEC와 공동 개발한 5백33㎒급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워크스테이션을 중대형컴퓨터 수출 선봉장으로 삼아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말부터 알파칩 호환진영 구축작업의 일환으로 일본의 비주얼테크놀로지, 미국의 아스팬, 핀애클, 영국의 컴퓨시스사 등 해외 10여개 워크스테이션업체에 제공한 알파칩에 대한 반응이 좋아 자사의 워크스테이션 수출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체신금융망사업에 자작 워크스테이션 및 국산 주전산기를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자체 개발한 7백㎒급 마이크로프로세서와 6백㎒급 알파칩을 탑재한 자작 워크스테이션 등 10여개의 후속기종을 추가 개발, 해외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수립해놓고 있다.
삼보마이크로시스템은 최근 자체 개발한 통신전용 서버를 미국에 수출한 것을 계기로 동남아,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다. 이미 미국 시체인지사에 1백만달러 상당의 통신전용 서버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1차 수출선적분 5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또 이 회사는 미국에 통신전용 서버를 수출한 경험을 살려 중국, 일본의 현지업체와 수출을 위한 협상을 본격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상당량의 수출물량을 계약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유닉스서버 업체인 휴렛패커드(HP)에 서버기술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완제품 및 핵심기술의 수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특히 미국 현지법인인 액실컴퓨터가 독자 개발한 「8웨이」방식(기술명 AMX)의 서버 설계기술이 미국 HP, 데이터제너럴 등에 공급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점에 착안해 OEM방식으로 해외 유명 중대형컴퓨터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전자가 수출에 나선 중대형컴퓨터는 인텔의 2㎒급 펜티엄프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4개 탑재한 메인보드를 서로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보드처럼 운영할 수 있게끔 하는 「8웨이 방식」 유닉스서버로 국산 주전산기 후속기종이다. 현대전자는 또 자체 제작한 워크스테이션인 액실기종을 중국 및 베트남에 수출한다는 전략아래 현지에 대리점 구축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LG전자는 단품위주의 수출보다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토털시스템 수출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 아래 베트남, 미국,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정보통신 관련 계열사와 공동으로 시스템통합 사업을 해외시장에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컴퓨터 수출은 일시적 유행처럼 한차례 휘몰아치다가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요즘의 수출열풍이 마치 지난 70년대 범국가적으로 밀어부쳤던 수출드라이브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PC를 비롯한 컴퓨터 완제품 수출의 경우 주요 핵심부품 및 기술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향상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언제 다시 수출경쟁력이 없어질지 모른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기초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중대형컴퓨터의 경우는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응용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솔루션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국산제품은 해외시장에 내놓을 만한 솔루션이 태부족이다.
따라서 요즘의 컴퓨터 수출열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며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마케팅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대형컴퓨터는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솔루션 확보도 절대 필요한 실정이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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