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기술개발 방식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독자개발을 고수하던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패턴이 최근들어 경쟁업체와 손을 잡는 등 협력개발체제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미 현대, 대우, 기아, 쌍용, 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기업의 미래를 걸고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공동개발에 합의했으며, 중공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대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굴착기용 유압모터 등 중장비용 부품을 상호 교환구매하고, 현대우주항공과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날개제작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던 재계가 전략적 제휴에 나선 것은 중복투자에 따른 시간과 돈의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완성체업체가 내비게이션 시스템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위성을 이용해 교통정체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경우, 각사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도제작 기술 등 첨단기술 확보에 많은 외화를 투입하는 등 전략적인 육성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또 삼성중공업이 휠로더용 드라이브 액슬을 대우중공업에 납품하는 대신 대우중공업이 5톤급 굴착기용 유압모터를 삼성중공업에 납품키로 하는 등 대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중장비용 부품 상호구매도 과잉설비투자 문제를 해소하고 전문분야를 특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다.
이밖에도 기아가 자체 개발한 디젤엔진을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작기계 산업부문에서도 공동개발 및 부품공유 등 전략적인 제휴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물론 바람직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눈 앞의 이익에 급급, 좁은 내수시장에서 이전투구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자도 적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중복투자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독자개발을 고수하던 대기업들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공동개발로 돌아선 것이 계기가 되어 재계 전반에 공동 개발 열풍이 몰아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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