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위기 속의 기회

김성현 (주)넥스텔 대표이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핵심적인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과감한 구조 및 투자 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긴축 및 검약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품현상을 감안할 때 만사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 보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감축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감축이 아니라 옥석을 구분하여 전략적인 부문은 오히려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나라의 유일한 살 길이 수출뿐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시장을 보호하려는 선진국의 반격과 개발도상국의 추격은 우리의 기존 수출 여건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세계적인환경규제와 기술보호주의는 제조업 중심이고 기초기반기술이 부족한 우리 수출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수출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21세기를 지식산업사회 또는 정보사회라고 한다. 이 말은 이제 더 이상의 2차 산업을 통한 발전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기본적 욕구를 해결한 인류에게 다음 세기에서 필요한 것은 삶의 질 향상이며 경제, 사회의 효율화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주는 것,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무형의 재화, 소프트웨어이며 우리가 주력하여 수출해야 할 상품이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시 용트림할 수 있는 바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라는 젊은 인재들이다. 사실 7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엄청난 교육열과 이를 기초로 한 양질의 인력덕택이다. 둘러보면 젊은이 치고 대학문을 밟아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21세기 산업에 있어서 필요한 인력은 더 이상 고학력이나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다.

미래를 여는 인재의 필수 덕목은 창의성과 진취성에 있다. 획일적으로 교육받고 규칙적으로사고하는 사람에게서 창조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었던 18세의 어린 나이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한 이상협군을 보자. 창의성 하나로 벌써 유망한 청년실업가가 되지 않았는가.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젊은 인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급속히 확산된 PC통신, 인터넷과 컴퓨터의 생활화, 즉 정보화는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다음으로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전이다. 소프트웨어는 그냥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속에서 의미를 가지고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직 노력해야 할부분이 많지만 정보통신의 여러 부문에서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우리 나라는 소프트웨어의 발달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의 세계최초 상용화, 반도체의 발전 및 산간오지까지 구석구석 깔려있는 유무선 통신망 및 케이블TV망은 우리 소프트웨어산업발전의 원동력이다.

수출이라는 것은 결국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파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상품이란 값싸고 좋은 품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파는것이다. 이제 대량생산과 일방향적 광고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양방향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직접 충족시켜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향후 수출전략의 핵심이 된 것이다.

요즘 정부조직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및 정보화 분야를 기초과학연구 및 일반산업부분과 결합시키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발전의 틀을 잡으려는 상황에서 다시 이질적인 요소와 합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국가발전의 전략부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제는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은 키워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부처의 인력과 간판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 개편은 또 다른 탁상행정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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