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망 장비 수급 대책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 1단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기술적, 정책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분야가 가입자망이라 할 수 있다.
FTTH, 즉 모든 가정을 광케이블로 연결한다던 초기의 초고속망 개념도 1단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상당 부분 수정됐다. 케이블TV 전송용으로 구축된 광동축혼합망(HFC)이 초고속가입자망의 하나로 수용되고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에 구축된 구리전화선도 초고속망의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또 가입자망을 무선화한 WLL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함으로써 초고속망은 유선, 무선을 가리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망 분야는 광 지상주의에서 춘추전국시대로 변했으며 아직 어떤 기술이 가입자망의 최종승자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마련한 「초고속망 관련장비 수급대책 및 전망」은 이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각종 가입자망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고 초고속망 구축사업에 어느 정도나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개괄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우선 정부는 2002년경의 가입자망 장비별 국내시장 규모는 광가입자망 장비가 1조1천5백억원 규모로 가장 크고 무선가입자망 장비가 3천9백억원, xDSL장비가 3천8백억원, ATM액세스 장비가 9백40억원, HFC장비가 1백5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광가입자망(FTTx) 장비는 2002년까지 국내 시장의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HFC장비는 80%, xDSL장비와 무선가입자망 장비는 50%, ATM액세스 장비는 40% 이상의 국내 공급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에 비해 현실적인 전망은 사실 어두운 편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경우 광가입자망용 시스템(FLC) 등 일부 제품을 국산화해 생산하고 있지만 xDSL, HFC, 광대역 WLL 등 대부분의 가입자망 기술은 아직 연구초기단계이거나 일부 장비만 생산하고 있을 뿐 핵심기술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형편이다.
xDSL장비는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한 국내 공급능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기존 구리전화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망을 새로 깔 필요가 없어 전화사업자가 상용화에 적극 나설 경우 충분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통신이 ADSL 상용서비스를 98년 중으로 시작할 계획이어서 올해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xDSL 국내수요가 2백만∼4백만 회선을 초과할 경우 국내 독자 표준으로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통신사업자간 연대를 통해 공동규격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가입자망 장비의 수요를 촉진하고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통신사업자들의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초고속국가망, 초고속시범망 등을 통해 국내업체가 개발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한국형 오픈 인터페이스를 도출해 조기에 고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케이블TV사업자들이 고속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등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ATM액세스 장비의 경우 가장 취약한 분야로 평가된다. 정부는 국내에 틈새시장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배양해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범용 액세스 장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기본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다만 대량 수요가 예상되거나 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핵심부품의 기술개발을 지원키로 하고 6백22Mbps, 2.5Gbps급 고속 ATM 계층소자의 ASIC 개발 및 상품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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