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트산업은 문화산업이다. 산재한 각종 인터넷 관련기술에 자국의 문화를 이입시켜 독특한 문화재산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 콘텐트산업이 세계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할 미래산업이라는 예측은 미국, 일본, 호주 및 유럽 각국의 이 분야에 대한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인터넷 콘텐트산업은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모든 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콘텐트산업 육성책을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내 온라인 콘텐트산업의 현황 파악 및 방향제시를 위해 「인터넷 콘텐트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온라인 콘텐트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하며 기업은 전문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 사회자(한동헌 LG그룹 전략사업개발단 부장):전세계 멀티미디어 콘텐트시장은 지난해 1천2백60억달러에서 오는 2001년 1조5천억달러로, 국내 시장의 경우도 지난해 2천1백억원에서 2001년 약 1조5천억원에 이를 것이 예상되는 등 눈부신 성장이 예고됩니다.
미국 등 각국이 인터넷 콘텐트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것은 이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 콘텐트산업은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역사가 일천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각 정부, 개발업체 등 주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입니다.
- 구원모(전자신문사 정보생활부장):90년대까지는 하드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소프트웨어, 특히 콘텐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콘텐트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를 산업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몫이지만 그 전에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선까지가 정부의 몫이냐는 논의를 떠나 정부가 콘텐트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이익이 되는 일에는 무엇이든지 관심을 갖습니다. 인터넷 콘텐트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원칙만을 정해줘야 합니다.
인터넷 콘텐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과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일입니다. 정부가 이같은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 허진호(아이네트 대표):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인터넷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 일입니다. 홍콩의 한 ISP업체 대표자가 아시아지역에서 산업에 대한 정부의 주도권이 유일하게 없는 나라가 홍콩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텔레콤은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홍콩영화는 미국 헐리우드에서 홍콩느와르라는 명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홍콩의 각 산업 역시 초기 힘든 과정을 거쳤습니다. 홍콩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먼저 정부의 규제나 지원없이 먼저 양으로 승부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국내 인터넷 콘텐트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치열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시장원리, 경쟁체제에 길들여지는 것이 장래를 보장받는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장인경(마리텔레콤 대표):인터넷 콘텐트 업체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실제로 그리 많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입니다. 정부만이 풀 수 있는 숙제는 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색상과 음에 대한 표준 제정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색상과 음에 대한 표준이 없습니다. 심지어 정부의 연구과제를 도맡다시피하고 있는 대학 교수들에게까지 이들에 대한 연구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디지털 온라인 콘텐트를 개발하는 데 색상과 음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에 삽입될 국악원음을 재편집해서 사용하는 데 무려 30억원이 소요됐습니다. 모든 개발업체들이 색상과 음의 표준 부재와 이 표준을 디지털화한 자료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 이기호(두전컴퓨터 대표):이 분야 기업들은 정부기관에 많은 것을 요구하기 보다 이윤을 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해야 합니다. 정부는 기획, 마케팅 창구 만을 열어주면 됩니다.
기획, 마케팅은 중소기업에게는 벅찬 일입니다. 특히 대외적인 무제와 기술부문 자문 창구는 정부가 맡아줘야 합니다.
- 하재구(인포머셜컨설팅 자문):겹치기 정부정책 역시 인터넷 콘텐트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현재 교육부, 정보통신부, 문화체육부 등이 모두 유관 기관에 인터넷 콘텐트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콘텐트산업을 정보화의 구성요소로 보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겹치기는 낭비입니다. 정부정책의 단일화와 주관기관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 사회자:많은 분들이 정부의 규제와 지원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발상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국내 기업환경입니다.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은 이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홍성구:국내에는 원(오리지널)콘텐트가 부족합니다. 실제로 완성된 콘텐트는 각종 원콘텐트에 개발자가 체험한 문화와 경험 및 기술이 가미되는 형태입니다. 원콘텐트가 구비되지 않고서는 완성된 콘텐트 개발이 불가능합니다.
몇년전에 일본의 한 업체가 국악기인 대금의 원음샘플을 국내로부터 5백만원에 사간 적이 있습니다. 원음샘플의 중요성을 알아챈 그 업체는 헐값 만을 지불하고 그것을 확보한 셈이죠.
물론 이러한 원콘텐트는 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사, 신문사 등에 있는 사진, 필름자료 등이 모두 원콘텐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두 디지털데이터에 담겨 데이터베이스로 정리돼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국내에는 데이터뱅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뱅크를 구축해 개발자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고영만(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소스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있다해도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데 애로가 많습니다.
최근 영상자료원에 가서 소스자료를 찾아봤는데 상당히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정부기관, 단체는 물론이고 여러곳에 많은 자료들이 방대한 분량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설사 발견했다 하더라도 쉽게 취할 수 있는 형편은 못됩니다. 자료노출을 꺼려하는 폐쇄적인 환경 때문이죠. 공공부문 투자는 여기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이철민:국내에서 온라인과금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온라인 콘텐트의 유료화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은 안정된 과금시스템을 구축, 사용자에게 비용을 부담케하는 것입니다.
- 윤종록(한국통신 통신망 기획국장):현재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콘텐트들이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통신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정보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ADSL 등 고속회선 증설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용량 회선의 구축이 이른 시일 내에 완성될 것입니다.
- 김원식(정보통신부 산업지원과장):정부 역시 법과 제도를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프라와 공공성을 띠는 시설 구축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정리=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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