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4)

월미도 서해호텔.

사내는 차를 주차하고 호텔 정문을 들어섰다. 허름한 옷차림이었지만 당당하게 로비로 들어섰다.

3층. 증기탕은 3층에 있었다. 프런트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내려섰다. 한쪽으로 사우나가 있었고, 그 옆으로 이용 가능한 신용카드 스티커가 길게 일렬로 붙은 증기탕 출입구가 있었다.

어제도 사내는 이 시간쯤에 이곳을 찾았었다. 오늘과 비슷한 옷차림으로 터키베스라고 쓴 글자를 지우고 증기탕이라고 새로 글자를 써붙인 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었다.

띵동. 띵동.

사내가 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문 위쪽에 걸려 있는 작은 종이 띵동 소리를 내며 울렸다.

『어서 오세요.』

짧은치마, 가슴이 다 드러나도록 푹 파인 유니폼을 입은 여인이 버릇처럼 인사를 하다 사내를 보고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어제 그 여자였다.

『들어가도 됩니까?』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며 자신을 놀라움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잠깐만요. 언니, 잠깐 나와보세요.』

여인이 카운터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여인 한 명이 쪼르르 달려나왔고, 그 여인도 사내를 보고는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어제는 미안했소. 지역마다 다른 줄을 모르고 그랬소. 미안하다는 생각 때문에 오늘 다시 왔소.』

『모셔.』

나이가 좀 든 여인이 짧게 이야기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유니폼 차림의 여인이 사내에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통로는 꽤 길었다. 양쪽으로는 작은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각 방마다 호실을 표시하는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9호실. 어제도 사내는 9호실로 들어갔었다.

실내에는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큰 타월이 덮여 있었다. 한쪽으로 옷장이 놓여 있었고, 반쯤 커튼이 쳐져 있는 욕실에는 욕조와 세면기, 그리고 큰 거울이 걸려 있었다.

『벗으세요.』

여인은 업무적인 말투로 사내에게 짧게 말했다.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아직도 경계를 풀고 있지 않은 듯했다.

사내는 옷을 벗으며 세면기 앞에서 허리를 굽힌 여인의 짧은 치마 속으로 드러난 속옷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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