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南旻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수석연구위원
정보화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지만 그 실현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수학이나 물리에서처럼 분명한 해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초고속망 구축에 있어서도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기술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망을 실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의 동향을 눈여겨 보아야 하며 특히 정보화에 가장 선두주자인 미국의 흐름을 파악하고, 채택할 가치가 있는 것은 정책에 반영하는 포용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여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이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케이블TV회사인 컴캐스트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이 「뉴욕타임스」의 경제면에 대서특필됐다. 이는 대용량의 정보를 수송하는 고속의 전송수단으로서 케이블TV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다가오는 21세기에 미디어회사로 육성한다는 야심을 갖고 미디어 관련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 서비스의 분배를 위한 전달수단으로 케이블TV 네트워크를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를 잠깐 살펴보자. 최근 정부는 32조원을 투입해서 2010년까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투자참여 기피로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IMF의 금융지원체제하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관적인 현실에서 정보화 실현을 늦출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선진도약의 꿈은 더욱 멀어져 갈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비교적 성능이 우수한 광동축 혼합방식의 케이블TV 전송망을 가지고 있다. 현재 케이블TV 시청가구수가 2백50만을 돌파했고, 예상가입자 댁 근처까지 포설되어 있는 케이블을 포함하면 6백50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 기존의 전송망은 약간만 보완하면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게 되고 고속인터넷 접속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케이블 포설 및 보완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가능하다.
빌 게이츠의 케이블TV망 선호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쳐 우리의 기존의 케이블TV망을 활용하여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인보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밖에도 4억여 달러에 세트톱박스 제조업체인 웹TV 네트워크사를 매입했으며 케이블TV망을 이용하여 고속인터넷 접속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앳(@)홈네트워크사와도 제휴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케이블TV분야에 대한 투자를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락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는 케이블TV업계에도 예외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통신 전송망 포설이 지연되거나 투자규모가 축소될 것은 분명하다.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미국의 현실을 남의 일로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고 정부에서는 민간기업들의 투자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교적 적은 비용의 투자로 케이블TV망이 전국에 깔리게 되고 우리의 정보사회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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