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LG정보통신 서평원 사장

국내 정보통신장비 업체 가운데 지난 해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한 업체를 꼽으라면 LG정보통신을 빼놓을 수 없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 사업 등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둬 지난 해 매출액이 96년 대비 1백30% 늘어난 1조9천억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LG정보통신도 예외없이 올해 경영환경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해말 LG정보통신의 최고 사령탑을 새로이 맡은 서평원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가능성있는 사업을 기반으로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을 스스로 다지고 있는 것이다.

대담=정보통신산업부 정복남 부장

반갑습니다. 우선 지난 해 경영실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우리 회사로서는 어느 해 보다도 성장규모나 기술발전 등에서 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IMF구제금융, 환율급등 등 대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조9천억원대의 매출실적을 올려 1년 만에 1조원 미만의 회사에서 2조원대에 육박하는 회사로 도약하는 큰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에는 오래전부터 시작해 온 사업구조 조정작업을 가속화해 경쟁력이 없거나 당사의 사업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한계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CDMA, ATM 등 유력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다진 한 해였다고 봅니다. 또 PCS단말기인 「싸이언」의 대고객 이미지 제고, 자체 연구개발력 강화를 통한 미래핵심 기술확보, 유선교환기 수출중심에서 탈피해 CDMA 장비수출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 기반강화 등 여러가지 경영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해 「21세기 초우량 정보통신 기기업체」로 도약키 위한 기반을 굳힌 뜻 깊은 한해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올해 경영여건이 매우 어렵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올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올해는 고환율 등 외부 경영여건이 매우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도 이런 여건을 감안해 고부가가치사업으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특히 매출규모 보다는 수익률에 중점을 둬 가운데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2조대로 매출액을 책정할 예정이며 전체매출중 CDMA, 광전송사업 등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또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수출제품 규모면에서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한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울러 이제는 견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 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영활동의 모든 중심을 현금흐름으로 정하고 그간 추진해온 가치경영(VBM:Value Based Management)을 경영 전반에 확산시키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불안해지고 있는 고용환경을 고려해 그동안 구축해온 노경(勞經)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다져 「건전한 노경관계」의 모델케이스로 우리 회사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수익성없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시행하실 계획입니까.

▲우리 회사는 이미 지난 96년부터 제조 중심에서 탈피해 기술과 마케팅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조정과 비지니스 프로세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며 생산분야는 최종조립과 테스터 중심으로 바꿔 나가면서 생산기술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사업구조 조정의 경우 「기술과 마케팅의 회사」로 가기위해 대기업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의 생산은 중소 협력업체에 점진적으로 넘겨줄 수 밖에 없습니다. CDMA 단말기나 무선호출기의 경우 이미 전문 협력업체를 선정, 육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부분의 제품 생산을 중소기업에게 이관할 것입니다.

올 경영과제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해외사업 강화」로 느껴지는데 좀더 상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맞습니다. IMF 때문이 아니라 해외사업의 성장 만이 21세기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IMF가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저희 회사는 지난 해 말 「세계화부문」 신설 등 해외사업부문 강화를 토대로 조직개편을 단행, 현재 대대적인 체제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 교환, 전송사업사업부, 이동통신사업부, 단말사업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수출관련 부서를 통폐합했습니다. 그리고 해외현지법인 및 지사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지역 주변국가로의 진출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선진국가 진출을 확대할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국설교환기 등 유선장비 위주의 수출에서 PCS장비, 광전송장비, 단말기 등으로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현지 통신운영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기술과 제품을 연계한 해외진출을 추진하겠습니다. 특히 전자미디어 CU로 묶어진 LG전자의 해외사업조직을 적극 활용하고 해외 유통망을 강화하는 등 CU의 시너지효과도 극대화할 방침입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미국 PCS시스템시장, 중국의 무선가입자망(WLL)시스템 시장 등 장비분야에서 4천만달러, 미국, 중남미, 동남아 등 CDMA 단말기 시장에서 약 2백만대 규모 등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단말기 사업의 경우 그간 내수 위주로 제품을 개발해 왔습니다만 이제는 시기가 지났다고 봅니다. 우선적으로 수출모델을 개발해 제품을 출시한 뒤 국내용 모델을 개발하는 등 개발 우선순위를 완전 바꿀 예정입니다. 그러나 수출이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국내 업체들이 수출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앞다퉈 해외시장에서 나서다 보면 자칫 국내 업체들끼리의 과열경쟁이 우려됩니다. 특히 CDMA 단말기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이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수출에 나서다 보면 일부 지역에서 예상치못한 마찰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간 국내 CDMA 단말기 시장규모가 확대돼 수출가격 인하요인도 생겼고 또 초기 가격이 다소 낮더라도 장기 공급으로 수출계약을 맺는다면 수출채산성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CDMA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상대방의 공급선을 빼앗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술종주국」이라고 하는 CDMA 관련부품의 국산화율은 미진합니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이의 해소는 시급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의 올해 주요 과제중 하나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확보」입니다. 우리 회사가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하고 있고 IMF체제 하에서도 연구개발 인력을 3백명정도 더 늘린 것을 봐도 우리의 의지가 어떻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특히 투자규모를 견실하게 유지함과 동시에 미래 유망사업부문을 미리 예견해 한발 앞서서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앞으로 내부 역량을 제고함과 동시에 전문업체 또는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필요에 따라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진행시키고 외주 개발을 적극 활용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CDMA 단말기의 경우 MSM칩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시제품 개발을 완료, 연내에 양산체제에 들어가고 앞으로 국산화율 제고를 통해 수출 제품까지도 국산부품 채용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LG정보통신의 PCS단말기인 「싸이언」의 경우 소비자들의 인식이 LG텔레콤용으로 각인돼있어 단말기 공급사인 LG정보통신의 사업확대에 애로점으로 등장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서 같은 얘기를 종종 들어 일부 수긍은 하고 있으나 진실이 곡해돼 안타깝습니다. 아마 같은 LG그룹계열사라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제조사들에 앞서 이미 지난해 말 한솔PCS 등에게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델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해 PCS 단말기 구득난이 상당히 심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같은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난 해 PCS상용서비스 개시와 함께 불어닥친 단말기 부족현상이 올해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의 상황은 예약가입자 폭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며 현재는 공급사들마다 생산이 안정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소통신기기 업체들도 앞으로 시장에 가세할 예정으로 있어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소비자 구미에 걸맞는 다양한 제품의 출시, 보다 작고 가벼운 제품 개발 등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진일보된 PCS서비스 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LG싸이언」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며 PCS는 물론 디지털 휴대폰을 포함한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다각적인 마케팅을 구현하고 고객만족 위주의 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5백만대로 예상되는 단말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해 1위 자리를 다질 계획입니다.

정보통신업계의 리더로서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입니까.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후발 중소업체들에게 기술분야의 노하우를 과감히 제공해 공존하는 동반자관계로 새롭게 설정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미 취임 후 팬택, 텔슨전자 등 중소통신기기 제조사 대표들과도 만나 허심탄회하게 상호협력관계 확대를 위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 아웃소싱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승화, 새로운 기업모델을 이 기회에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정리=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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