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1)

『아, 다녀오셨어요?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그래? 전산망은 복구됐나?』

『아니예요, 형부. 아직 온라인 상태가 아니예요.』

『우리 직원들 왔다가지 않았어?』

『다녀갔어요. 다른 곳의 전용회선은 고장이 다 수리되었는데, 여기만 고장이래요.』

『이 은행만 그렇다는 말인가?』

『네. 다른 곳은 아까부터 전용회선이 정상이었대요.

고장수리를 하러 왔던 사람들은 통신케이블 중간에 물이 스며들어 수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돌아갔어요.』

『처제, 어제 맨홀에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상 없었나?』

『네, 이상 없었어요. 잘 쓰고 있다가 불이 나기 직전에 전산망이 오프라인으로 되었어요. 전화도 동시에 불통이 되었구요.』

『전용회선과 전화가 동시에 고장났다는 말인가?』

『네, 전산망과 전화가 동시에 불통되었어요.』

『정말이야?』

김지호 실장은 처제 현미에게 다그치듯 되물었다. 아무리 맨홀 속 화재에 의해 통신케이블이 소손되었다고 해도 칼로 물건을 자르듯이 단 한번에 통신이 두절되지 않는다. 포크레인 등에 의해 케이블이 찍혀 절단이 된 경우 말고는 케이블 전체가 한 순간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전산망을 위한 전용회선과 일반 전화회선은 별도의 케이블에 수용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에 통신이 두절되지 않는다.

『형부, 정말이에요. 동시에 끊겼어요.』

『처제. 그럼, 온라인 회선과 전화가 고장난 정확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겠나?』

『알 수 있을 거예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김지호 실장은 현미가 자료를 찾는 동안 어제의 일들을 떠올렸다.

찌르릉, 찌르릉, 찌르릉.

김지호 실장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6:00.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통제실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고장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회선에 장애가 발생함과 동시에 고장회선과 시간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맨홀화재에 관한 한 통제실에서 파악한 고장시간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그러나 통제실에서 파악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맨홀에서 빠져나와 건물로 인입되거나 가정집에서 이용하는 회선은 각 전화국에서 파악하도록 되어 있다.

『형부, 오후 3시 50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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