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재 콤텍시스템 상임고문
미국은 소위 정보산업을 필두로 한 하이테크산업의 활황으로 연속 5년간 호황을 누리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우리의 절박한 입장에서 볼 때 한없이 부러운 일이다.
미국 전자산업협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하이테크산업은 지난 5년간 4백30여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난해 1천5백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며 항공기, 선박, 자동차 등 운송장비의 수출실적인 1천20억 달러를 앞질러 최대 수출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투자(R&D)도 자동차분야 1백40억 달러, 화학분야 1백7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4백억 달러에 달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예견케 한다.
혼미를 거듭하던 미, 일의 경제주도권 다툼이 미국의 완승 국면으로 접어든 그 이면에는 정보산업의 헤게모니가 미국으로 넘어간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각국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닮은 첨단 과학산업단지 운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프랑스의 소피앙띠플러스, 일본의 테크노폴리스, 대만의 신추과학공업단지, 말레이지아의 MSC, 인도의 STPI 등이 그 예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조차 98년 1월부터 하이테크 분야에 투자할 때 해당 산업설비의 수입관세를 면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첨단 정보산업 육성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방안제시에 기반을 둔다. 이에 따라 그 특성에 맞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정보산업은 대규모 투자로 출발하기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활력을 갖춘 벤처기업의 활동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벤처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벤처기업의 유기적 연계활동을 위해 소규모 관련요소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집단이 이뤄지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요 전문인력의 배양과 공급체계가 원활해야 하고 신규 인력양성 배후지를 두어야 하며 선진기술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사업환경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 지금은 설립에 따른 호사스런 조건을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우리의 장래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벤처산업의 씨앗을 뿌릴 때인 것이다.
우리에게도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일본의 테크노폴리스, 프랑스의 앙띠폴리스 등과 유사한 구상은 있다. 용인 소프트웨어단지와 대규모 미디어밸리가 우선 꼽힌다. 그중에서도 산업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미디어밸리 구축은 조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우리는 1차 미디어밸리 개발지역으로 인천 송도를 지정한 바 있다. 송도 미디어밸리의 기본구상은 비교적 잘 정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인천지역이 가지는 항구, 공항 등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텔레포트 구축과 밸리를 구성하는 근린 편의시설의 제공 등 하드웨어적인 계획은 잘 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소프트적인 추진계획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입주 자체가 이점이 될 수 있도록 인천시 등 행정당국과 미디어밸리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임대, 분양 조건, 건축 관련 편의 및 설계 시공 등과 관련한 배려책이 마련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순수한 창의발현을 돕기 위해 세제, 금융 및 법 지원 등 정책, 행정적 지원의 제도화를 서두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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