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0)

위성사고의 뒷마무리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그동안 진행된 과정을 검토하여 정확한 원인이 확인될 때까지 추적해야 하는 것이다. 집에 못가는 것은 김지호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수십만 통신회선을 수동으로 절체해놓은 지금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통신망이 회복되면 원위치시키는 작업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창연 오피스텔 바로 옆 신문사 건물 위에 설치된 안테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안테나 끝 방향으로 1호 위성과 2호 위성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었다. 은옥. 몇년 동안 해외에서 위성체 제작과정에 참여하였고, 발사사고로 인해 그토록 속을 태운 은옥. 하지만 이번 맨홀화재로 인하여 전국의 통신망에 대란이 일어났을 때 위성통신망이 절체회선으로 활용되지 못한 것을 매우 마음 아프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제작과 발사는 위성을 이용한 입체적인 통신망 구성을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인 목적은 이번 사고와 같은 지상통신망 장애 때 긴급회선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하늘은 예전의 하늘이 아니라고 말하던 은옥.

우리의 기상을 3만6천㎞ 상공까지 띄워 올린 우리 위성이 있기에 하늘은 예전의 하늘이 아니라고 말하던 은옥이었다. 지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마음고생이 심할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만일 그처럼 이른 시간에 위성의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더라면 지금까지 국제회선과 안내회선이 불통상태로 남아있었을 것이고, 연료를 더 소비했더라면 위성을 아주 잃어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김지호 실장은 옥상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안테나 하나를 발견하고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보통 형태의 작은 안테나였다. 하지만 그 안테나의 각도가 신문사 옥상의 대형 안테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테나의 배선을 확인했다. 2020호실 창문으로 깔끔하게 들어가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층계를 내려서 2020호실 앞에 섰다. 버튼식 키 박스가 있었고, 안에서 밖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벨을 눌렀지만 응답은 없었다. 길게 눌렀지만 역시 마찬가지. 더이상의 시간을 소요할 필요는 없었다. 은행의 전산망이 회복되었는지가 궁금했고 복구 진행상황도 궁금했다.

김지호 실장은 창연 오피스텔을 빠져 나와 일동은행으로 다가섰다. 이미 정문의 셔터는 내려져 있었고, 느티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쪽문으로 들어섰다.

『처제, 조 반장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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