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강혜련통신원> 사유화는 러시아 경제개혁의 핵심으로써 그 성패가 사유화 대상기업은 물론 관련부문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주로 채택되고 있는 사유화 방식은 국가재정부담을 경감하면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소유의 주식을 일정량 공개입찰에 부쳐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대상기업이 놓여 있는 경제적 형편과 공개입찰 진행의 공정성 등과 관련해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경제적 활용가치가 있는 고급 과학기술부문에서 사유화는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에 따라 분쟁이 발생할 만한 소지가 항상 존재한다.
러시아에서 냉동기계 설계 및 건조부문과 관련해 선진적인 인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은 홀딩社 산하의 「냉동기계 과학연구소」이다. 이 연구소는 소형 및 대형 냉동, 냉장기계 생산부문에서 최고의 두뇌진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주자이다. 현재 이 연구소는 국가소유의 주식판매와 관련된 법정 투쟁에 들어가 있다. 이 연구소의 사유화가 단순히 연구소 성원들의 이해만이 아니라 러시아 냉동, 냉장고 생산과 관련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건발생의 배경은 경제조건의 급격한 변화속에서 연구소의 재원이 격감했고 연구소가 진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1일 현재 연구소가 지고 있는 빚은 1백60억 루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연구소 사정에 따라 국가재산관리위원회는 올해 6월 19일부터 효력을 발생한 명령 486호에서 홀딩사의 주식 34.8%를 공개 입찰에 부쳐 판매하도록 결정했는데, 이 결정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그 조건에는 냉동기계 생산부문의 연구개발 수준을 유지시키고 연구소의 엔지니어링 실험 기반의 재구조화와 현대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일정량의 투자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응찰자들은 2천4백50만 달러의 금액에 대한 은행의 보증을 제시하고 다시 1천만 달러의 금액을 담보 조건으로 기탁해야 했으며, 3천5백만 달러의 투자금은 주식 판매 공개 입찰 이전까지 확인돼야 한다는 이해 당사자들간의 공통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이 올해 자신의 기관지 17호에서 이 주식판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조건을 공시하면서 분쟁이 촉발됐다. 1천만 달러의 담보 대신 응찰조건으로 엉뚱하게 약조금과 관련된 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투자금액의 도입에 관한 은행 보증 사항도 사라져 버려, 투자의 확실한 진행과 관련해서 응찰자들 자신의 보증 이외에는 보장책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게임의 규칙이 이렇게 변화하면서 냉동기계과학연구소는 사실상 공짜로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연구소의 채권자들에게는 잘못하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게 됐다. 채권자들은 예정된 입찰의 변동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관련된 또바스 플러스社는 모스크바시 중재재판소에 파산사건과 재정희생업무를 담당하는 연방 행정부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의 골자는 부서 산하의 지방부서가 내린 올해 8월 11일자 RP-77호가 효력이 없다는 것과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이 상업적 성격의 공개 입찰을 진행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와 유사한 소송을 그 다음에는 엘리고르社가 일으켰다. 효력 발생 중인 법률적 규정에 따라 중재재판소는 원고측 요구를 수용하라는 결정을 내려, 10월 17일부터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이 법적으로 규정된 총자본의 34.7%에 해당하는 냉동기계과학연구소의 국가소유 주식판매를 최종 판결이 있기 전까지 진행할 수 없도록 중지시켰다.
그러나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은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10월31일 연구소의 주식판매를 위한 공개 입찰을 시작했다. 결국 그 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입찰 참여자들 자신이 정말로 공개 입찰이 성립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의 이사장은 10월 31일 공개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공개적으로 밝히고 비록 그 공개 입찰이 인정받지 않는다 해도 다음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이중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 재단의 입장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은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그리고 관련 법규까지 위반하면서 성급하게 과학연구소를 사유화한다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로운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분쟁은 진행 중에 있고 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연구소는 이전처럼 공개 경쟁에 의해 투자자가 결정돼 하루 빨리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라고 있다. 모스크바 재산관리재단은 계속 법규를 무시하면서라도 사유화 작업을 강행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급격한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러시아 냉장고 생산에 일정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연구소의 사유화 분쟁은 결국 연방정부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성원들도 연구소 건물 맞은 편에 위치한 끄레몰을 바라보면서 연방정부가 개입해 첨예한 이익 갈등의 종지부를 찍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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