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삼성전기 이형도 사장

삼성전기의 이형도 사장은 성공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룹내의 위치도 탄탄하다. 그룹의 운영위원을 맡아 중요한 정책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른 회사와 달리 부품가지수가 많아 경영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삼성전기를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끌어올리는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 그룹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여러 가지 좋지 않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삼성그룹 가운데서 가장 잘나가는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세계 7위의 부품회사로 성장했다. 이 사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남보다 한발앞서 삼성전기의 사업구조를 조정했다. TV, 오디오 등의 부품 중심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사업구조를 정보통신 및 컴퓨터(C&C)분야로 중심을 전환시켰던 것이다. 사업구조조정으로 모든 부품업체들이 가격하락과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삼성전기는 매출 1조8천억원을 달성하는 등 무리없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대담=부품산업부 박재성 부장

지난 한해 뛰어난 경영성적을 거둔 이 사장도 IMF시대를 맞아 고민이 한가지 늘었다. 차입금없는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과정에 혹시라도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이 상실할 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근로의욕 상실은 21세기에 세계 3대 부품업체로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장은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어 차입금 없는 선진 부품업체로 가기 위해 하루하루 분주하게 뛰고 있다.

-취임 이후 매출을 크게 늘리는 등 회사를 많이 발전시켜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하반기부터 몰아닥친 IMF한파로 산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자산업의 환경도 대단히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전자부품산업의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시장마케팅을 강화시켜야 하는 데 지역별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 수출 대상국인 동남아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동남아 국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해 수출 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유럽지역과 미국지역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을 집중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AV에서 C&C로 제품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구조도 바뀌고 있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부품업체들도 이에 맞게 사업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 한해 부품공급가의 하락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칩부품 및 이동통신부품 등 유망부품에서 일본 업체들의 견제와 경쟁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올 한해 세계 전자부품의 경기는 뚜렷한 호재가 없어 대체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동부품과 디스플레이 부품은 9∼12%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반면 MLB와 정밀모터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하곤 일반기구부품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어려워지다보니 구조조정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삼성전기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그 성과는 어떤지요.

▲우리회사는 그동안 많은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두가지 방향에서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하나는 주력생산품목을 종전 TV, 비디오, 오디오 등 부품에서 C&C로 바꿨습니다. 제가 취임하자마자 TV, 비디오, 오디오 부품으로는 더 이상 회사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이미 일본업체들이 뛰어든 정보통신과 컴퓨터의 부품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의 경우 정보통신과 컴퓨터 부품이 전체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또다른 하나는 조립형 제품생산에서 벗어나 장치형, 소재형 제품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조립형 제품의 경우 이미 중국 등과의 경쟁력을 상실한 데 따라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전,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승부할 수 있는 장치형 소재형 제품에 집중 투자해 왔습니다. 남보다 일찍 사업구조조정을 펼친 덕분에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덕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사업구조조정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업구조조정이 성공했으면 IMF의 위기에도 아무런 걱정없이 지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아직도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견딜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지난해는 부품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다 외환 위기마저 겹쳐 국내 부품업체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삼성전기는 그런가운데서도 비교적 좋은 경영 실적을 거두었다고 들었는데요.

▲중국과 대만, 동남아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일반 전자부품의 가격하락이 계속된 한해였습니다. 삼성전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만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현재 지난해 매출이 최종 집계되고 있는 데 96년에 비해 20% 성장한 1조8천억원은 무난히 달성되리라 생각합니다. 세트업체의 가격인하 압력이라는 어려움속에서도 튜너, DY, FBT를 중심으로 한 영상부품에서만 6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이동통신부품과 광박막부품 등 신규사업을 포함한 MLB, 칩부품 등 신수종사업 역시 5천억원을 돌파했지요.

특히 폴란드와 미국 뉴저지 등에 해외 판매거점 6개를 추가로 설치하여 총 23개로 늘렸으며 모토롤라, 에릭슨 등 대형거래선 개척에 전력하는 등 해외마케팅을 강화해 직수출 비중을 전체매출의 50%대로 끌어올린 것은 큰 성과입니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으로 좋은 경영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우선 지난해 매출액(추정) 1조8천억원보다 40% 늘어난 2조5천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 입니다.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 공급과잉으로 인한 판매가하락현상, 일본업체의 견제와 동남아업체들의 추격 등으로 지난해보다도 더욱 경영환경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삼성전기는 성장분야인 이동통신 및 디지털 부문에서 이미 사업기반을 마련했으며 5개생산거점과 23개판매거점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영으로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원화절하로 인한 수출경쟁력회복도 매출달성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든 기업들이 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도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생각되는 데요.

▲삼성전기는 올해 매출액의 60% 이상을 직수출을 통해 달성할 계획입니다. 물론 고환율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출에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수입원자재가의 상승, 세트업체의 가격인하압력이 예상되긴 하지만, 고환율 상황에선 분명히 경쟁국 업체들에 대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내 비중을 낮추는 대신 수출에 역점을 두고 모든 자원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을 위해 우선 해외판매거점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올해안에 4개의 판매거점망을 신설, 해외 판매망을 23개에서 27개로 늘리고 해외의 권역별 5개 판매법인의 독자적인 마케팅기능을 강화, 권역별 통합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수출지역면에서도 환율불안국인 동남아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환율안정국이면서도 우리가 한때 수출을 소홀히 해왔던 미주와 유럽지역, 성장지역인 중국 지역을 집중 공략할 생각입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마케팅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경쟁업체들보다 우위에 올라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품개발력이 뒤따라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원공장내에 종합연구소를 완공하고 연구인력을 현재 6백명에서 1천4백명으로 충원할 생각입니다.

-수출 이외도 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이번 외환위기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금융문제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즉 차입금에 대한 의존을 줄여 나간다는 방침아래 투자도 줄이고 임금수준도 동결하는 등 알뜰한 경영으로 1천억원을 조성, 차입금을 갚아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차입금없는 회사를 만들어 또다시 이같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아무런 문제없는 탄탄한 회사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생산성을 지금보다 30% 향상시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경영방식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들이 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단지 불편하기 때문에 하는 일인지 등을 판단, 부가가치가 없는 일들은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업구조도 혁신시키는 데 온 힘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한예로 전해콘덴서의 경우 우리회사는 현재 범용을 생산하고 있는 데 미국업체들은 전력용 및 산업용의 고급제품을 생산해 고부가가치를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경영성적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양을 늘리기 보다는 질부문에 신경을 써 제품 개당 이익을 높여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비용절감을 강조하다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조직분위기가 침체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돼선 곤란합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벌이고 있는 사업구조조정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체질개선을 통해 선진업체로 도약하면 보람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강조하면서 조직분위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부품업체로서 삼성전기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오는 2000년대에 세계 3위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의욕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준비하기위한 중장기 전략은.

▲지난 3∼4년동안 기초를 다졌습니다. 연구소를 짓는 등 장래유망산업의 개발과 생산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습니다. 너무 빠른 성장을 하다보니 일본업체들로부터 견제를 당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지금 투자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을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려 놓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삼성자동차에 납품한 실적을 바탕으로 명품을 만들고 환율로 생겨난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앞으로 자동차부품과 전자부품을 결합해 세계적인 메카트로닉스 전문 업체로 성장하는 일입니다.

-끝으로 IMF시대에 기업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산적한데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출확대, 사업구조고도화, 선진형 정보인프라의 구축 등을 스피디하게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재무관리로 경영체질을 개선, 궁극적으로 차입금없는 경영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업무에 대한 사고의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 없는 일은 과감하게 줄이거나 없애고 일하는 방법도 개선해서 전반적인 체질을 저비용 고효율화하는 데 주력하면 충분히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위기가 오히려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려는 우리의 비전 달성을 몇 년 앞당길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정리=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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