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산전부문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여타 그룹과는 달리 산전부문을 전략산업으로 선정, 그룹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막대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그룹의 대표적인 산전업체인 LG산전은 이미 국내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으며 지난해부터는 세계 10대 산전메이커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력으로 국내시장을 평정한 LG산전이 이처럼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것은 후발업체들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일본, 독일, 미국 등의 세계적인 산전업체들이 호시탐탐 내수시장을 넘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내수시장을 동결시키고 달러화가 널뜀에 따라 몇차례나 수정하는 곤욕을 치르며 최근 확정한 LG산전의 올 사업계획 및 장단기 비전을 이종수 CU장에게 들었다.
대담=산업전자부 박광선 부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산전업계의 경우 IMF 한파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민간부문의 투자가 위축되는 등 악재가 중첩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LG산전의 올 경영구상을 들려주시죠.
▲국내 건설경기 및 산업설비 투자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SOC 투자감축과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가 끼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따라서 경영의 최대목표를 해외시장 개척에 두고 국내시장 축소분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해나갈 방침입니다.
올 매출목표는 전년보다 다소 늘어난 1조7천억원으로 잡았습니다. 특히 전반적인 시장여건을 감안, 시설투자를 대폭 축소하는 반면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연구개발(R&D) 투자는 더욱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우수인재 확보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등도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추진할 방침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꼭 필요한 경비만을 집행하고 조직구조의 혁신을 통해 IMF 위기극복에 전 임직원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IMF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는 등 재계는 무척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LG산전의 지난해 경영성과는 어떠했는지요.
▲오는 2005년까지 세계 10위권내 산업용 전기전자메이커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경영환경이 급변해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총 매출은 한자리수 성장한 1조6천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입니다. 당초 목표에 비해 못미치는 결과입니다만 두배 가까이 오른 환율상승이 경영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희 회사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교적 환차손의 영향을 덜 받아 좀 나은 편이지만 손익은 결산이 끝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저희 회사는 올해에 엘리베이터와 전력기기사업에서 독자적인 기술역량을 계속 높여 산업용 전기전자메이커로서의 기반을 내실있게 다졌다고 봅니다. 중국 大蓮공장의 준공과 세계 최고의 유압 엘리베이터업체인 미국 셈코사 인수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대련공장은 저희 회사가 외국에 건설한 첫번째 공장으로 세계화를 향한 첫걸음이며 여기서는 엘리베이터를 비롯, 배전반, 몰드변압기, 진공차단기 등 선진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4개의 전략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셈코사 인수로 유압식 엘리베이터부문의 세계 최고기술을 확보하게 되어 로프식 기술과 유압식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국내 최초의 업체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IMF 한파극복이 지상과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을 들려주시죠.
▲그렇습니다. 올 한해는 현재의 난관극복을 통한 「기업의 생존」 여부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저희 회사는 IMF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로 이미 전환하여 올해의 경영방침을 △현금 유동성 확보 △해외시장의 적극 공략 △선택과 집중의 가속화 △의식 및 행동 혁신 등 네가지로 정했습니다.
-첫번째로 손꼽은 「현금유동성 확보」 계획도 이 기회에 밝혀주시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 골간입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이자율을 불문하고 자금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심스러운 투자의 전면조정과 축소가 요구됩니다. 다시 말해 매출채권과 재고감축을 위한 혁신적인 비용절감으로 자금수요를 대폭 줄이는 일입니다. 그래야만 흑자수지를 위한 「캐시 플로(Cash-Flow)」 목표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의 가속화」는 사업구조 조정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사업구조 조정이 시급합니다. 수익도 못내고 장래성도 없는 사업은 우리 회사의 승부사업을 강화시키는 데도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적자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수익대상 사업의 조기 흑자화를 위한 「턴 어라운드(Turn-Around)」 및 사업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나 전력기기와 같은 승부사업은 핵심역량을 더욱 축적하여 시장개방과 상관없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해외사업 전략방향과 수출목표는 어떻게 설정하셨는지요.
▲우리 회사는 올 한해동안 수출 더하기와 비용투입의 최적화, 그리고 법인경영의 정상화 등 세가지 과제를 중점 추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해외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달러강세인 현재의 환율구조가 수출채산성을 맞추는 데는 더없는 호기라고 판단, 올해 작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2억8천만달러를 수출할 계획입니다.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주력시장 공략과 신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춰 금년도 슬로건을 「1억달러 수출 더하기」로 정했습니다. 주력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내륙 및 화남지역과 동남아의 싱가포르, 미얀마 등지를 집중 공략할 것입니다. 또 대만, 브라질, 이스라엘 등 성장 잠재시장은 빠른 시일내에 신시장으로 연결시켜 매출비중을 높일 계획입니다. 아울러 수주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수주율 확대 및 양산품 판매의 양적 확대를 위한 「볼륨 게임(Volume Game)」도 본격적으로 병행할 생각입니다.
-수출의 양적 확대를 위해 조직도 글로벌하게 재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작년 12월1일자로 조직을 변경했습니다. 조직변경의 핵심은 △고객 및 시장 중심의 사업전개 △사업단위별 가치추구 △스태프부문의 슬림화 등 세가지입니다. 국내부문은 사업별, 기능별, 담당별 운영을 통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한편 플랜트사업을 비롯, 환경사업 등 신사업 기능을 강화하고 공구 및 자판기 관련 해외조직을 국내로 이관시켰습니다. 또 해외부문은 미주지역 본부의 신설을 비롯해 동남아지역 대상의 엘리베이터 영업담당을 새롭게 전진 배치시키는 등 지역중심의 사업운영체제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지역본부와 현지법인의 책임 경영체제를 새롭게 정립했는데 이는 손익중심의 경영활동 평가 및 법인장의 권한을 강화시키기 위함입니다.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육성 계획도 들려주시죠.
▲세계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세가지 방향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외국인 전문인력의 확보 및 육성으로 현지의 이공계 석사와 MBA(박사)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상시 채용과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활용입니다. 둘째는 현지 간부의 육성입니다. 이는 현지법인의 현지채용인을 대상으로 기술간부를 육성하는 것으로 우리 회사는 이를 위해서 중국 대련의 생산법인에 이미 자체 연수원을 설립,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셋째는 사내 우수인재를 대상으로 한 지역전문가의 육성입니다.
-현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시발점입니다. 지난해 혁신활동의 성과와 금년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지난해 혁신활동은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품질, 원가, 리드타임 단축 등 QCL부문에서 1백ppm 활동을 실질적으로 시작했고 흐름생산 방식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또 스킬활동을 통해 「월드 베스트」 수준의 스킬을 다수 창출했으며, 전략혁신과 조직문화의 변혁으로 「스피디(Speedy)」하고 「벽없는(Boundaryless)」 조직을 위한 「워크 아웃(Work-out)」을 전사업장에 전파 확산시켰습니다. 금년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QCL활동을 통한 1백ppm 활동의 본격적인 추진과 한 제품에 대해 설계에서부터 품질, 출하, 그리고 서비스까지의 총괄 책임지는 PM(Project Manager)제도의 실시 및 글로벌 스킬테마의 추진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혁신활동이 성공하려면 의식과 행동의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텐데요.
▲물론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참여, 즉 실천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평범한 사실이지만 각종 혁신활동에 모두가 동참할 때 회사는 더욱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경영층의 공감대 확산 및 이의 하부전개, 그리고 교육을 통한 혁신 마인드의 구석구석 전파, 현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성과의 피드백」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노, 경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우리 회사의 경우 3사통합 때 이미 성공적인 노조통합을 이루었고 그동안 충분한 대화로 원만한 노, 경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와 경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해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있으며 보다 생산적인 새로운 노, 경 관계의 정립을 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우리회사는 정도경영의 꾸준한 실천, 현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가지 활동,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인사제도 확립 등을 통해 노, 경간 신뢰감은 더욱 공고해졌고 금년 한해도 이러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리=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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