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SK텔레콤 사장은 늘 자신만만하다. 서 사장의 자신감은 국방과학현대화 작업에서 시작, 국산 전전자교환기인 「TDX」와 국산 주전산기 개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 등 국내 정보통신 연구사의 큰 획을 긋는 굵직한 프로젝트의 주인공이었고 과기처 차관을 거쳐 SK텔레콤 사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도전과 성취」의 역정에서 우러나온 것일지 모른다.
그런 서 사장도 실질적으로 5개나 되는 이동전화사업자가 생사를 건 가입자 확보전을 펼치고 특히 IMF라는 사상 초유의 경영환경을 맞아 긴장하고 있다. 확보 기술과 가입자수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SK텔레콤이지만 좀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대내외적인 환경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내 정보통신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서 사장과 SK텔레콤의 새해설계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조지 부시 前 미국 대통령의 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부시와 나란히 테이프커팅을 하는 사진이 걸린 그의 집무실에서 유난히 「사람농사」와 「서비스 철학」을 강조하는 서 사장을 만났다.
-지난해는 한국경제가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우선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해 주십시오.
▲우리회사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97년 3월 새로운 이미지통합(CI)을 도입하였고 이와 때를 같이해 97년을 고객만족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고객만족 10대 과제 추진 등 다양한 고객만족 경영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또한 96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이동전화 가입자 3백만명을 비롯하여 4백50만명이 넘는 이동전화 가입자를 확보하였고 무선호출은 7백5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여 97년 말 기준으로 총 1천2백만명이 넘는 고객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10위권의 이동통신사업자로 발돋움했습니다.
-올해 역시 IMF체제에 따른 경기침체가 예상됩니다. 올해 경영환경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IMF 협상결과 급격한 경영환경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재정 및 통화 긴축, 금융제도의 본격적인 개혁작업 그리고 산업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더욱이 민간소비 위축은 신규시장 규모의 축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금리와 환율인상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도 현재 조직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고 에년 같으면 벌써 끝마쳐야할 새해 경영계획을 아직까지도 최종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에서 SK텔레콤의 경영목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립, 달성할 계획입니까.
▲과거의 안정적인 환경변화 아래에서는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 필요한 경영자원을 배분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추세를 예상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실력과 경쟁사 등 시장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불확실성을 수용하기 위한 연동계획(Rolling Planning)과 시나리오 계획(Scenario Planning)을 수립하여 98경영활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특히 PCS 3사와의 가입자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이 이와 관련 가장 중요시하는 마케팅전략은 어떤 것입니까.
▲올해와 같은 경제상황 하에서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가입자수를 늘리려는 사업자간 유치경쟁은 매우 무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이동전화시장에서 이같은 방식의 경쟁양상이 지속된다면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취약해져 세계화된 시장에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SK텔레콤은 내실경영 원칙 아래 고비용 정책을 지양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 고객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로 당사의 강점인 통화가능지역(Coverage) 및 통화품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둘째로 기존의 고객서비스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하고, 새롭고 획기적인 고객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할 계획입니다. 셋째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도입하여 서비스의 효용도를 높이고 이용편의성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끝으로 무리한 시장드라이브가 유발되지 않도록 대승적인 관점에서 시장정책을 펴나가고자 합니다.
-SK텔레콤은 이동전화의 선도기업(Leading Company)으로서 기대되는 역할도 많고 동시에 견제도 많습니다. 시장개방에 대비한 기술적 대응 및 시장선도 역할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IMF 구제금융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이동전화시장을 건실하게 육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고비용/저효율적 경쟁구조를 타파하고 경쟁촉진적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 하겠습니다.
작년 한해는 신규사업자의 대거 등장 및 공격적 마케팅전략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출혈경쟁이 지속되었으며, 이로 인해 품질 및 가격 경쟁력 등 진정한 대외경쟁력 제고 측면이 다소 경시된 바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IMF체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내부의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하고 사업구조를 효율적인 체제로 전환하여 품질 및 요금경쟁력을 향상, 시장선도자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또한, 고비용/저효율의 근원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과당광고 등 각종 출혈경쟁을 최대한 억제하고 수준높은 품질, 고객서비스 등의 경쟁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 개척하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에 앞장설 것입니다.
-올해는 차세대통신인 IMT2000과 관련, 국내 업계 및 연구기관들의 준비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입니다. 최고전문가이면서 연구책임을 맡고 계신 분으로서 이 분야에 대해 어떤 대응전략을 가지고 계십니까.
▲IMT2000은 기존 이동전화나 PCS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데이터와 영상을 응용한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전세계 어디에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2000년대 초반에 상용화가 가능하며 IMT2000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와의 호환성 및 범세계적 로밍 기능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IMT2000의 성격상 핵심기술 확보와 성공여부가 통신산업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므로 선진국들은 각국의 입장에 따라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있으나 IMT2000의 기본기술은 광대역 CDMA(W-CDMA)방식 채택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IMT2000의 복수표준에 대비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의 동기방식과 일본의 비동기방식을 동시에 연구하여 외국 기술 도입에 따른 로열티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등과의 기술협력은 물론이고 CDMA 상용화 경험과 세계 최대의 CDMA 가입자를 보유한 운용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또한 동기 및 비동기방식을 동시에 개발하는 추진체계를 활용하여 방식간 개발경쟁을 적극 유도할 것입니다.
-올해는 국내에서 이미 성공 판정을 받은 CDMA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단말기, 장비, 시스템 등 CDMA 수출과 관련해 우리가 보완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전망은 어떻게 하십니까.
▲우리나라는 작년 말 CDMA 가입자수가 PCS를 포함해 5백만명을 넘어서서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CDMA서비스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자극받아 지금까지 CDMA 도입을 주저하던 세계 각국들도 CDMA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출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기술과 부품을 하루 속히 국산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최대의 CDMA 가입자를 보유한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국가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끝으로 국내 정보통신업계와 정부가 IMF체제 극복을 위해 가져야할 기본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비단 정보통신 분야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분야에 걸쳐 가장 취약한 것이 「사람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것과 「서비스 철학」의 부재입니다. 따지고 보면 IMF체제도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하는 사람이라면 후진 양성에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농사는 모든 일의 근간입니다.
또 정부출연금이건 정책자금이건 지원금을 받아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원들은 국민 세금에 보답하는 연구성과를 빈드시 내놔야 합니다. 국민을 좀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산업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입니다. 이 두 가지의 「기본」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정리=이택 기자>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