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CT-2」.
한국통신 통신경제연구소가 매달 발간하는 「통신시장」 97년 1월호에는 「우리나라의 CT-2,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임윤성 동덕여대 교수의 논단을 싣고 있다. CT-2(시티폰) 서비스가 아직 상용화되기 두달 전인데도 시티폰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의 제기된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의문은 시티폰사업을 허가하기 전부터 늘 제기돼오던 것으로 서비스가 임박해지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논단에서 임 교수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함께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CT-2가 일본 PHS의 경이적인 성공사례에 버금가도록 세계 CT-2시장에서 첫 성공사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영국 CT-2래빗의 저주를 받아 또 다른 실패사례만을 추가하게 될 것인가. 최근 사업자들의 불안은 날로 증폭되기만 하고 있다」고 묻고 있다.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시티폰서비스는 성공과 실패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선 가입자 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시티폰 사업은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시티폰서비스를 상용화한 나라 가운데 가장 많은 가입자를 기록한 곳은 홍콩으로 가장 많았을 때가 17만9천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무려 7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경이적인 수치다. 낙관론자들이 예상했던 「97년말 1백만가입자」 예측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시티폰이 결국 실패한다 하더라도 한국은 「성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나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시티폰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무선호출사업자들이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현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도 결국 시티폰 실패사례에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통부가 결국 시티폰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현상태로는 시티폰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시티폰사업자들은 올해 총 2천3백39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역사업자들은 무선호출사업에서 5백78억원의 흑자가 전망되나 시티폰 적자가 1천3백21억원에 달해 무선호출에서 번 돈을 모두 시티폰으로 까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가입부진, 평균 이용요금 감소, 판매영업비 과다지출, 지역사업자들이 한국통신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부담의 과중 등이 지적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시티폰 서비스가 이동통신시장에서의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월 1천도수를 기준으로 시티폰과 무선호출을 함께 이용할 때의 요금은 2만5천5백원으로 3만5천5백원 정도인 PCS와 가격차이를 거의 못느낄 정도에 불과하다. 또 시티폰이 휴대폰과 무선호출 사이의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PCS의 등장과 함께 빼앗겨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티폰서비스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국사업자인 한국통신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든 시티폰은 정통부의 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의 최대 실패사례로 지목되는 길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틈새시장과 틈새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판」을 그렇게 짜놓은 탓이기 때문이다.
<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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