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불법사용이 횡행하던 시절,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저작권료 청구를 위해 사용자를 찾아간 저작권자가 애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영국 런던의 거리에서 악사가 하루 종일 행인들을 상대로 음악을 연주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뒤 집으로 돌아갈 때 반드시 음악저작권협회에 들른다는 것이다. 그 악사가 협회에 들르는 이유는 자신이 공원이나 거리에서 연주한 음악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내기 위해서다. 이렇듯 액수야 몇푼 되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납부하는 자세가 정착된 나라도 있는데 하물며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한 것이 확인됐음에도 사용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절도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런 사례들을 인용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저작권자의 요구를 외면하기 일쑤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것도 길거리 무허가 노점상들이 아닌 우리의 문화를 책임진다는 방송사들이 그랬다. 최근들어 최소한 「저작권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항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관련단체들이 이를 고치려고 부단히 애써 왔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이란 게 설령 외국의 통상압력에 의해 만들어졌다손치더라도 이제는 정당한 수준에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할 때가 됐는데 실제로는 이와 관련한 문제의 후진성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한 예로 저작권법 제78조에 따라 저작권자로부터 일정 권리를 양도받아 신탁관리를 대행하는 단체가 사용자에게 저작권료를 청구하는 일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의 변호사 가운데는 『저작권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단체가 나서느냐』 『장사가 안되는데 저작권료가 웬 말이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모두가 저작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미흡한 때문이다.
물론 사용자들의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더구나 저작권자가 법정공방을 벌일 만큼 저작권료에 집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법정에 설 경우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게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 저작물을 무단 사용하는 이가 늘어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아예 약자인 저작권자(방송작가)를 상대로 방송사가 고용을 빌미로 사실상 저작권을 빼앗는 「노예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저작물 사용으로 인한 수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사용료는 지불되어야 마땅하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미흡하기는 저작권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중가요 작사가 중에는 노래방 덕분에 넉넉한 저작권료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알고 있는 다수의 방송작가들도 노래가사로 인한 저작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최근 필자는 이미 작고한 한 작사자의 유가족에게 세상에 잘 알려진 대중가요의 저작권 사용료를 받아내자고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귀찮게 그거 몇푼 받아 뭐할거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다른 저작권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다양한 저작물이 자기도 모르게 도용될 수 있는 다매체시대다. 미디어는 최첨단을 걷고 있는데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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