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만능 엘레베이터

琴秉鎬 동양에레베이터 상무

우리 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국민의 의식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맞벌이부부가 증가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주거공간(주택)의 형태도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주로 아파트)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미 아파트는 주택 보급률을 늘리는 주요 정책의 하나가 되었으며 지가상승에 따른 아파트 고층화는 이웃과 세대의 단절을 초래하는 기이한 형태로 변해갔다. 또 아파트 구조도 세대간 교류가 가능한 복도식보다는 세대간 교류를 인위적으로 차단시키는 계단식 구조가 많이 보급되고 있는 것도 요즘의 현상이다.

이러한 밀폐된 공간을 상하로 연결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엘리베이터다.

옛날부터 높은 곳으로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무거운 중량물을 운반하기 위해서 도르레를 이용했다. 성이나 수도원 축조 때나, 소수의 사람이나 소량의 화물을 반입할 때 도르래를 이용해 성밖으로 그물이나 큰 그릇을 내린 뒤 이를 성안으로 들어올렸으니 이런 것들은 인력을 이용하는 수동식이지만 넓은 의미의 승강기라 할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승강기는 1850년대 미국에서 발명된 승강기로 보는데 그 이유는 처음으로 추락 때 비상 정지시킬 수 있는 브레이크식 안전장치를 장착, 안전개념을 승강기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1870년 유럽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승강기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1910년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이 도입하면서부터다. 그후 동양에레베이터가 1966년 승강기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승강기 역사가 시작됐다.

물론 처음에는 주요 부품인 모터뿐 아니라 각종 엘리베이터 부품을 수입, 조립판매하는 것에 그쳤으나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로 첨단 엘리베이터인 인공지능 엘리베이터와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최근에는 오피스빌딩용, 화물용, 병원용, 장애자용 등 특화시킨 엘리베이터로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견주며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시장 흐름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도 만능 엘리베이터가 되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입주자를 자기집으로 편안히 모시는 자가용이 되고 아파트 신축 때에는 건축자재의 운반을, 이사할 때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튼튼한 일꾼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건물내 화재라도 날 때를 대비해 소방수가 진압할 수 있는 구조로, 혹시 장애인이라도 이용할 경우를 대비해 특수구조로, 아파트에서 초상이 날 때를 대비해 관을 모실 수 있는 구조로 설계, 제작돼야 하며 만능의 슈퍼맨으로 변신을 해야 한다. 관계법령의 규정이 그렇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는 수직교통수단으로서 용도에 따라 승객용, 화물용, 비상용, 장애인용 등으로 구분된다. 엘리베이터를 복수용도에 적용토록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삼중사중 용도에 부합하는 엘리베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다. 이같은 요구가 엘리베이터의 잦은 고장을 야기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화물트럭이나 영구차를 몰고서 출퇴근하는 것과 같은 기이한 현상으로, 그것도 디젤차가 아닌 고급 휘발유엔진을 장착한 대형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는 겪이니 어딘지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용자의 편의, 안전문제, 복지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기능이 추가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향후 또 다른 문제가 거론되면 어떤 기능이 추가될지 모른다. 문제의 단면만 보고 즉시 해결하려고 한 결과 기형적인 만능 엘리베이터 탄생을 조장하는 데 이러한 기형성(畸形性)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