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망용 PC의 불법 유통은 정부의 물품조달체계의 허술에서 비롯돼 당장 컴퓨터유통질서 문란으로 나타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소비자들의 가격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이다. 컴퓨터를 포함한 첨단기기의 경우 기술 발전 및 시장확대 등으로 인해 일정한 비율로 가격이 하락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적요인이나 덤핑 등 특수한 경우에 의해 가격이 하락하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는 보통의 경우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동급 기종의 시중가격의 절반 이하로 거래되는 행망용 PC의 불법유통은 일반소비자들의 PC에 대한 가격인하 기대심리는 클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조달가격이야말로 각 제조업체가 최소한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가격수준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망용 PC의 불법 시중유통은 소비자들에게 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해 거래되는 PC에 대한 가격불신을 초래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의 구매대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용산의 한 상가관계자는 『최근 매기감소로 펜티엄 1백66㎒급 제품을 20% 가량 할인해 1백50만원대로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로부터 「오히려 왜 그렇게 비싸냐」는 핀잔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가관계자는 『최근 가을철 성수기가 임박하면서 예년 같으면 평달에 비해 20% 가량 판매대수가 늘었는데 최근엔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 이는 다양한 시장여건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데 행망용 PC의 불법유통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행망용 PC의 시중유입으로 소비자들의 컴퓨터 가격불신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컴퓨터가격은 수많은 부품과 주변기기의 장착여부는 물론 장착된 각 분야별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로 형성되는가 하면 주기적인 가격하락 요인에다 유통상가특성에 따른 가격차이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소바자들로서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가격을 제대로 산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가격형성 요인을 갖고 있는 컴퓨터. 여기에 제조원가를 밑도는 행망PC가 시중에 유입됨으로써 소비자들이 컴퓨터에 대해 갖는 가격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행망용 PC의 상가유입은 상가관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는 항상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는 인식이 컴퓨터 유통사업 종사자들에게 널리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 유통시장에는 이미 세금포탈의 한 방편으로 무자료 거래가 성행한지 오래다. 상당수 유통사업자들은 정상거래를 할 경우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무자료거래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은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정상거래는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가뜩이나 만연된 컴퓨터 유통시장에 행망용 PC가 불법 유입됨으로써 비정상적인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유통사업자로서는 행망용 PC를 확보해 높은 마진을 챙길수 있는가 하면 행망용 PC로 인해 야기된 매기감소분을 행망용 PC확보로 만회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들 제품을 확보하려고 한다.
행망용 PC의 불법유입은 또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정부가 관장하고 있는 관수용 물품조달정책에 전체적인 허점이 드러난이상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조달관련 정책에 대한 관련업계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유통사업자는 『행망용 PC의 시중유입으로 직, 간접적인 피해를 입게된 주체는 정부는 물론 컴퓨터 유통업자, 일반소비자 등 유통경로에 관여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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