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반주기업계에서는 보통 1년에 두세번 정도 신기술, 신제품 개발경쟁이 벌어진다. 연간 1천8백억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10여 군데의 노래반주기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의 기술경쟁은 때로 과열양상까지 띠지만 그 덕에 국산 제품들의 성능은 「가라오케」로 불리며 노래반주기의 원조 노릇을 했던 일본 제품을 앞질러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점차 이름을 날리게 됐다.
태진미디어의 윤재환 사장은 이처럼 국산 노래반주기가 일제를 능가할 정도의 기능을 갖추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 요즘 노래방에 깔려있는 노래반주기 가운데 첨단기능의 상당수가 윤재환 사장의 아이디어로 채택된 것들이다.
과거 노래반주기들은 단순히 컴퓨터 합성음들을 재생하는 수준이었지만 당시엔 이같은 제품들도 획기적인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노래방과 노래반주기를 보급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나 레이저 디스크(LD)의 고선명, 고음질의 일본제품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엔 LD를 이용한 일본식 가라오케가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했었다.
그러나 태진미디어의 노래반주기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이같은 상황은 크게 변화했다. 국산 노래반주기의 성능과 기능이 일제와 비교할 때 크게 손색이 없는데다 가격은 국산제품이 훨씬 쌌기 때문이다. 이같은 바람을 주도한 것이 바로 윤 사장이 이끄는 태진미디어의 제품들이었다.
윤 사장은 『국산 노래반주기의 가격대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제품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들을 자체 개발하거나 국산으로 사용한 것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비결을 말한다.
그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채용한 기술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그는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실제로 연주한 노래반주 데이터를 입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제품들은 컴퓨터 합성음으로 반주 데이터를 입력해 생동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윤 사장은 KBS 출신의 홍사철씨를 영입해 회사내에 음악연구소를 가동시키고 있다.
또 그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노래반주기에 처음 응용한 사람이다. 『신문을 보다가 삼성전자가 플레시 메모리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고 어떻게 하면 이를 노래반주기에 응용할까 고민했다』는 그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입력된 데이터를 기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플래시 메모리의 특성을 이용해 노래반주기에 업소를 소개하는 데이터나 화재발생시 경보를 내주는 기능 등을 제품에 채택했으며 태진미디어의 제품이 시장에서 선풍을 불러 일으키자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이같은 기능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래반주기에 영상분배 기능을 내장하는 것 역시 그의 작품. 전라남도 광주에 출장가서 지역 대리점 관계자들과 판매촉진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다가 우연히 힌트를 얻어 별도의 영상분배장치 없이도 노래반주기에서 영상분배 기능을 지원하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그러나 윤 사장은 『태진미디어가 업계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이유는 개인의 아이디어 보다 해마다 아낌없이 투자되는 연구개발 비용에 있다』고 겸손해 한다. 이 회사가 매년 투자하는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10% 선. 지난해엔 20억원을, 올해엔 30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직원 80명이 힘을 모은 덕에 지난해 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엔 지난해보다 23% 가량 늘어난 2백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개발한 신기술, 부품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사업철학』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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