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교육에도 신토불이 바람

「세계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가르치자.」

전자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적 정서를 담은 멀티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움직임이 기업들 사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움직임의 주요 골자는 가장 효율적인 어린이 교육을 위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부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출시된 멀티미디어 교육 소프트웨어들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어린이 교육기재로 응용하는 것이 이들의 주안점이다.

이와 관련해 열성을 보이는 업체로는 아리수미디어를 비롯, 컴키드, 홍익교육시스템, 대교가 꼽힌다. 이들은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발생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정서파괴와 문화적 침식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교육 소프트웨어의 국산품 여부를 떠나 외산 제품이라도 우수성을 인정받은 프로그램이라면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재가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CD타이틀 유통 및 개발사인 아리수미디어는 이와 관련, 멀티미디어 교육을 통해 어린이의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된 열린 교육을 실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 이건범 사장은 한국적 멀티미디어 교육이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교육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교육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린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교육 커리큘럼이나 학습타이틀이 많이 있지만 우리 어린이들의 정서와 현실을 무시한 제품은 교육효과를 높이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96년부터 30개 이상의 국내외 유명 타이틀을 정밀 분석했던 이 회사는 학교, 학원, 대학 교육관계자들의 사례와 평가를 취합, 「토끼와 거북이」 「수학교실」 「줌비니의 논리여행」 「키드픽스 스튜디오」 등 미 브러더번드사의 한글화 타이틀 4개 제품을 중심으로 「열린 교실 교안」을 만들어냈다.

오는 98년에는 한국판 리빙북이라 할 「전래동화」 CD타이틀과 어린이 인터넷 교육용 「어린이 웹마스터」 타이틀을 개발, 선보이는 한편 어린이 음악교육용 프로그램도 제시할 방침이다.

어린이 전문 컴퓨터학원으로 유명한 컴키드도 한국형 멀티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열심이다. 이 곳 남기영 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한국사람이 한국 어린이를 위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제화시대를 살면서 국산품만을 고집할 수도 없지만 외산 제품도 우리것으로 제대로 소화해 가르쳐야만 어린이들을 정신적 식민지로 몰아가지 않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사는 한국적 멀티미디어 교육을 주제로 지난 95년 12월 학원 설립때부터 운영해왔던 교육연구소를 기반으로 지난 3월 「멀티미디어 교육연구소를 부설기관으로 설립했다. 이 곳을 기점으로 컴키드는 오는 10월과 11월 컴퓨터교육 관련 CD타이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안에는 전국 62개 컴키드 체인학원 현장 교사들의 경험과 이 회사 연구원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고 남 사장은 설명한다.

오는 11월에는 정보문화센터와 공동으로 교육-게임 소프트웨어 기획 시나리오 공모전도 개최, 한국적 정서에 맞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및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영어교육 전문학원인 ETC어학원을 모체로 하는 홍익교육시스템은 가장 한국적인 어린이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남다른 정열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최국태 사장은 어린이들로부터 흥미를 유발시킴은 물론 개별적인 창작능력과 자발적인 학습동기까지 끌어내 어린이 스스로 교육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교육지론을 펼친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이 중점을 둔 분야는 어린이를 교육할 교사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지난 95년부터 3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 이 회사는 미 브러더번드사의 「리빙북 시리즈」를 소재로 첨단 영어교수방법론(K-TESOL)과 교사 양성프로그램(K-CALL)을 개발했다. 이에 힘입어 교수법 체득을 위한 초, 중, 고 현직 교사들의 발길도 늘고 있고 최근에는 교육대학 등으로부터 멀티미디어 교육강좌 내용으로 채택하고자 한다는 연락까지 답지하는 상태다.

어린이 가정학습지 시장에서 21년의 교육경험을 갖춘 대교도 최근 자체 개발한 멀티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이 분야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찍이 지난 92년 말부터 멀티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 연구작업에 착수했던 이 회사는 이달 들어 학교 교과과정에 맞춰 개발한 3∼6학년 대상의 CD타이틀을 발표했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전과목 교과내용과 실력평가 및 도전문제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 타이틀은 학년별로 매월 1장씩 출시할 계획인데 4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적 멀티미디어 학습의 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및 학계에서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 주도의 움직임이라 기업의 입장에서 자사의 이익과 결부시키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다 보니 객관성을 상실하기 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와 정보통신부가 각각 중심이 돼 전자교과서 제작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 육성 등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무경험이 풍부한 기업과의 연계가 지극히 미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적 토양에 적합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정부 주도의 「업계 감싸안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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