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위기의 오디오산업 (하.끝)

「선택과 집중.」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화두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비전있는 사업에 힘을 집중해 21세기를 대비한다는 것이 대기업들의 세우고 있는 기본 전략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이같은 전략 아래 최근 몇년사이 일부 사업을 포기하거나 중소기업으로 이전했으며 앞으로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계속 정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디오의 경우 멀티미디어 기술의 주요 근간이 되는데다 기본적인 수요가 고정적이어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래서 가전 3사는 오디오사업의 군살을 최대한 빼고 멀티미디어 기술에 필요한 핵심 첨단기술 확보에 사력을 모으고 있다.

반면 전문업체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오디오가 회사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전3사처럼 함부로 사업을 축소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전문업체들이 선택하고 있는 대안은 사업다각화와 신규 수요 창출이다. 전문업체들도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정보통신 관련기술을 확보해 변신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컴퓨터, 통신 등의 기술확보에 매달리고 있으며 당장의 매출확보를 위해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나 가정극장시스템 등의 신규수요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해태전자는 오는 2000년까지 자사 매출액 가운데 오디오의 점유율을 현재의 60% 선에서 32%로, 2005년에는 17%로 낮추는 대신 통신관련 사업을 강화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해태전자는 또 일본에서 침체됐던 오디오 수요에 다시 불을 댕겼던 미니디스크(MD) 관련사업을 통해 신규수요를 발굴한다는 계획아래 이달부터 연말까지 MDP 3개 모델을 계속 출시해 우리나라에 MD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수입 오디오와의 경쟁을 위해 제품 디자인 개선에도 나서 미주, 유럽, 동양형으로 디자인을 특화해 각각의 시장에 대응하고 해외 영업을 강화해 내수시장의 침체를 만회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어려울 때 일수록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오디오의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미 하이엔드 오디오의 제품군 구성을 완료했으며 내년 초엔 기존 하이엔드 제품군보다 값이 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태광산업은 하이엔드 오디오사업을 통해 축적한 회로설계 및 노하우 등을 일반 컴포넌트 제품군에도 적용해 품질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며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 오디오는 해외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 제품 디자인이 외산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콘셉트에서부터 표면처리기술이나 스위치 조작버튼 등에 이르기까지가 외산보다 떨어져 판매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산 오디오가 기술적으로는 동남아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우수하지만 소비자들은 오디오의 음질과 함께 디자인을 구매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오디오업체들의 무리한 세일경쟁도 지양해야 한다. 장사가 안된다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세일을 하지만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려 기술축적도 못하고 외국 기술과 디자인 베끼기에만 급급하다보면 결국 국내업체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오디오용 핵심 부품이나 표면처리기술 등 주변산업의 낙후도 국산품의 경쟁력 저하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수출전략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우리 정부는 이같은 자료가 너무 부실해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크다』며 경쟁력 저하의 또 다른 요인을 정부의 산업지원 부재에서 찾기도 한다.

<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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