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기상 마케팅

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때이른 더위가 닥쳐와 초여름 수은주가 수십년 만에 최고로 올라간 기록도 남겼다. 지독한 더위는 7,8월 들어 비교적 잦았던 빗줄기조차도 뜨거웠다는 느낌을 줬다. 장마가 끝나면서 무더위는 불볕더위로 바뀌어 지난달 말까지 이어졌다.

이젠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기세가 완연히 꺾인 듯하다. 아침 저녁으로 이는 바람이 제법 선들하다. 그것이 마치 8월의 달력을 날려버린 것 같다. 들녘의 벼이삭엔 누릇누릇한 기운이 감돈다. 추수의 계절이 한층 가까와 졌다.

무엇보다도 지난 여름이 길고 더웠기 때문에 「여름농사」에 덕은 본 것은 에어컨업체들 같다. 지난 5월 판매가 부진해 애를 태우더니 날씨가 더워지면서 생산한 에어컨은 완전히 동났다. 서둘러 추가 생산한 물량도 깨끗이 팔려나갔다. 그들이 올해 판 에어컨은 무려 1조5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25%나 늘어났다. 그동안 가전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가장 시장규모가 컸던 컬러TV가 올해 1조3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에어컨은 올해 단일 가전품목으로 시장규모가 가징 큰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가전업체들이 올해 에어컨 장사를 잘한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시장예측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가전제품이 주로 대형화해가는 가운데서도 불경기를 감안해 보급형 제품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탁월했던 점은 가전업체들의 기상예측과 배짱이었다. 기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에어컨 판매를 위해 가전업체들은 일본 기상청을 비롯한 미국, 호주 등으로부터 각종 기상정보를 입수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여름은 별로 덥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을 뒤로 하고 가전업체들은 더울 것에 대비, 생산량을 확보했으며 추가로 생산할 여지를 남겨두는 등 두둑한 배짱을 보였다. 이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반면 빙과업체들은 지난 여름 기상판단을 잘 못해 늘어나는 수요를 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올해 에어컨시장은 기상을 정확하게 예측, 제품 생산, 판매 등에 이용하는 「기상 마케팅」의 성가를 한층 더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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