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란 말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컴퓨터에 몰두하는 컴퓨터광으로 통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 PC통신의 등장으로 범죄를 수반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됐다. 정보통신망에 불법으로 침입해 컴퓨터에 수록된 정보를 인출 또는 파괴하는 해커활동이 본격화한 것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확산된 80년대 이후다. 이제는 해커 숫자도 크게 늘어 지하조직망까지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 교환되는 정보통신망은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해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국가 전산망은 물론 상용망에서도 해킹이 수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해커들이 그동안 국가 전산망과 각종 연구기관 전산망 등에서 해킹을 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으며 적발된 것만도 상당수에 이른다.
단순 절취사건이나 사생활 침해도 사회적인 문제도 비화되는 판에 국가기간망이나 군사통제망을 흔들어 놓는 사건을 일으킬 경우 사회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천재지변만 재난과 재앙이 아니다. 해커들의 무분별한 탐험이 엄청난 인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83년 제작된 미국 영화 「전쟁게임」은 대재앙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한 소년 해커가 북미방공군(NORAD)의 컴퓨터망에 침입해 핵전쟁개시 명령을 내려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그 소년의 도움으로 핵전쟁 위기를 모면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섬뜩하기가지 하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늘어나는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 등 각종 전산망 범죄 수사를 전담할 컴퓨터범죄 수사대를 발족해 해커와의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다. 컴퓨터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컴퓨터범죄 수사대는 국내외에서 각종 전산망에 침입해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전산자료를 조작하는 등 컴퓨터 범죄에 대해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컴퓨터를 이용한 신용카드, 화폐의 위, 변조 등에 대한 수사를 맡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족된 컴퓨터범죄 수사대가 날로 첨단화, 지능화하는 해커를 일망타진해 정보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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