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載乙 대한전광 사장
유럽을 생각해 보자. 오래된 고전일수록 잘 보존하고 갈고 다듬어서 미래 발전의 초석으로 삼아 발전시키고 있다. 수백년 된 건물, 다리 등이 잘 보수되고 다듬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편안한 교통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있다. 1백년 동안 한가지 물건만 파는 가게, 7대째 내려오는 가업, 세기를 넘는 다수의 기업들∥. 실로 뿌리깊은 나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수백년, 아니 수십년은커녕 지은지 몇년 만에 무너지는 다리, 폭삭 주저앉는 백화점, 등록되자마자 없어지는 중소기업, 「설마 우리야」하다 도산하는 대기업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뿌리가 얕고 원칙이 없는 탓이다.
요즘 정부에서 벤처기업 육성책이 나오니 많은 중소기업들이 너도나도 벤처기업이라고 한다. 벤처기업이 국가발전에 필요하고 현대 산업에 모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행에 따라 벤처기업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게 한다.
뿌리가 얕은 나무는 약간의 바람에도 쓰러지듯 유행에 따른 모험기업은 얼마 안가 과거로 사라지게 된다. 이제는 중소기업도 유행에 따라 크는 기업보다 뿌리깊은 나무처럼 자기 기반을 굳건히 하여 지속적으로 남아 문명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중소기업이 지켜야 할 3대 원칙을 소개하고 싶다.
첫째 확실한 자기기술을 가져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존립근거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자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자기기술과 관련된 핵심부분은 전문요원을 집중 투입해 기술력을 쌓으며 다른 부분은 관련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협조하고 개발하고 그 결과를 잘 보관시켜야 한다. 또한 유행에 따라 전문 품목을 자주 변경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템이 자주 바뀌면 고기술의 축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은행을 믿고 있는 회사는 망하게 마련이다. 최근 대기업조차 도산하고 있는 경우에서도 쉽게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부실한 기업일수록 외부환경에 민감하여 약간의 충격에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당장 눈앞의 먹이에만 급급하여 제살 깎아먹는 줄 모르고 덤비면 결국 나중에는 깎아먹을 수 있는 살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다.
셋째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나는 사장이니까」 「나는 말단 직원이니까」하는 식의 일처리는 뿌리얕은 나무가 되는 기업문화의 모습이다. 다행히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서로 모두 한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가족처럼 서로의 일을 자기것처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각자의 업무에 맞는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면 그 기업의 장래는 뿌리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우리나라 전광판업계는 일본업체보다 전광판 개발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소자를 제외한 시스템의 제어장치 기술은 오히려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여러 곳으로 수출되고 있다. 더욱이 기술종주국인 일본으로 역수출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전광판 제조기술이 일본을 능가한다는 반증이다.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위험요소도 산적해 있다. 새로운 전광판 제조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그로 인해 과당경쟁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신기술의 전광판이 쏟아져 나와 전광판의 사이클이 짧아져 기술개발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전광판이 가진 특성 등으로 인해 여러차례 정부의 규제가 있기도 했고 또 언제 규제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이미 국내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고 할 만큼 많은 수의 전광판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들어 업체들이 해외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역시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해외라는 사정으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이나 일본이나 대만의 저가업체들의 선점 등으로 국내보다도 어려움이 많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뿌리깊은 나무가 돼야 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업체만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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