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豪 亨
85년 전남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84∼85년 뉴욕주립대학교 교환학생
88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석사
91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박사
92년∼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광정보처리 연구팀장)
한 SF영화를 보면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자기와 똑같은 모습의 3차원 입체영상을 순식간에 만들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연 영화에서만 이것이 가능한가. 언제쯤이면 안방에서 3차원 입체TV를 감상할 수 있을까. 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종이와 같은 고전적인 매체로부터 CRT나 LCD(Liquid Crystal Device) 등의 디스플레이가 개발됐지만 영상은 아직 2차원에 한정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물은 3차원이다. 따라서 3차원 TV나 3차원 영화 같은 입체영상에 대한 우리의 바람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단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고 머지않아 우리 앞에 자연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홀로그래피(Holography)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947년 영국 런던대학교의 가보(D.Gabor) 교수는 전자현미경의 배율을 높이는 연구를 했다. 물리학자인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아무리 정교한 장치를 이용해도 전자파의 파면이 지니고 있는 수차(收差)로 인해 정확한 상을 얻을 수 없고 현미경 배율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전자현미경의 배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를 고전압으로 가속시켜 전자파의 파장을 짧게 해 전자현미경의 분해능(分解能)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가보 교수는 전자현미경의 분해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전자파의 파장을 작게 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구상하였다. 파장이 작은 전자파의 파동이 이루는 회절파를 기록재에 기록한 다음 전자파의 파장보다 훨씬 긴 가시광선으로 재생하면 결과적으로 확대된 회절파를 얻어내는 원리를 생각해 냈다. 예컨대 파장이 10¹옴스트롱인 전자파로 기록하고 파장이 10³옴스트롱인 가시광선으로 읽는다면 1만배의 배율을 얻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이 이론은 간섭성이 좋은 레이저의 발달과 함께 더욱 빛을 보게 됐다. 특히 오늘날의 다양한 홀로그래피의 이용을 가능하게 했으며 그 공로로 그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홀로그래피는 완전한 또는 전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Holos」와 인쇄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Graphy」의 합성어다. 또 홀로그램(Hologram)은 홀로그래피에 의해 기록된 판이나 필름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사진필름은 물체에서 반사된 빛의 세기만을 기록하지만 홀로그램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 그리고 이 빛과 간섭성이 있는 기준파간 간섭영상을 기록하기 때문에 빛의 세기는 물론 물체의 깊이감을 주는 위상도 기록하여 3차원 영상의 재생이 가능하다. 홀로그램은 입체영상의 디스플레이에서부터 고밀도 메모리 기술, 빛을 이용한 고속 병렬연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이 전자산업의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광홀로그램의 기술은 차세대 광정보처리분야의 핵심기술로서 관련 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입체영상 생성방식은 인간의 시야에 가장 자연스런 3차원 영상을 제공한다. 최근 백색광으로 홀로그램의 재생과 합성이 가능해 홀로그램을 이용한 고화질의 3차원 영상 재생기술이 의료 진단분야에 유용하게 사용되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선진국에서는 홀로그램 기술을 의학적으로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실용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이나 핵자기 공명 및 초음파 영상으로부터 얻어진 단편적인 영상들을 모아 이들을 중첩시켜 만든 다중 노출 홀로그램을 만드는 방법, 여러가지 방향으로 찍은 X선 영상으로부터 합성해 만든 스테레오그램 홀로그램 방식이 그것이다. 다중 홀로그램이나 스테레오그램 홀로그램 등을 이용하기 위해선 해결할 과제도 있지만 의료진단이나 외과수술, 의료교육분야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홀로그램을 전자적으로 직접 계산 합성하는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 생성 홀로그램(Computer Generated Hologram:CGH)은 빛을 간섭해서 얻어지는 광 홀로그램의 간섭 패턴 대신 영상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컴퓨터로 설계해 제작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물체의 합성 및 생성도 가능하다.
홀로그램 영상을 방송분야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적절하지 않다. 현재의 정보처리와 통신 네트워크의 패러다임은 직렬식 처리방식과 디지털 전자방식에 의한 통신기반에 의해 구성되어 있어 고해상 영상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병렬구도를 갖는 다중채널을 통해 고해상도의 영상정보가 병렬로 처리되고 전송되는 새로운 정보처리와 통신 네트워크가 요구된다. 대용량의 입체영상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는 광 또는 광전 병렬 컴퓨터 시스템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광학기술이 기존 전자기술과 달리 하나는 초고주파에 의해 대용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과 인간의 시각에 직접 연결이 되어 광범위한 대역폭의 정보를 뇌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가 시각정보를 논리보다 순간적으로 인식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 정보시스템도 부호처리방식, 직감처리방식으로의 변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대초 광 및 광전 기술, 새로운 물질 및 소자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광컴퓨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광학기술을 이용한 병렬 광컴퓨터의 새로운 아키텍처 개념인 병렬 프로세싱과 광연결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대용량의 병렬처리가 요구되는 홀로그램 영상에 대한 응용도 더욱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홀로그램기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실용화에 근접하고 있는 분야는 고밀도 광메모리다. 현재 선진 각국은 데이터 음성, 영상 등 모든 신호를 하나의 통합된 통신망을 통해 전송하는 종합광대역 디지털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 및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기존 PC의 기본 해상도(6백40X80)에 16그레이 스케일(Gray Scale)을 갖는 컬러 정지영상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약 1.8Mb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컬러 정지영상을 동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1초당 약 10장이 필요하다면 약 1시간 길이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64GB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PC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10GB 이하이고 데이터 저장속도가 16∼40Mb/s이다. 콤팩트 디스크(Compact Disk:CD)의 용량은 약 6억4천만 바이트로 5백쪽 분량의 책 6백권에 해당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컴퓨터 기술과 정보통신분야의 급격한 발달은 엄청난 정보의 저장수단을 필요로 한다. CD의 저장능력으로는 한계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저장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수천억 바이트의 용량을 저장하려면 현재의 정보 저장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요구되는데 이 해결책이 바로 결정체에서 빛에 의해 굴절률이 달라지는 광굴절 효과를 이용하는 홀로그램 정보저장법이다.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광메모리는 광굴절 결정체의 3차원 공간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또 하나의 레이저 빔을 각도, 위상, 파장 등으로 다중화하여 고밀도의 데이터를 저장, 복원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저장 용량도 뛰어나다.
홀로그램의 다른 응용분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위조방지 및 보안검색 장치를 위한 실시간 영상 인식시스템이다. 정보 사기는 은행, 사업, 그리고 소비자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다. 최근 신분증, 신용카드 등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조기술도 보편화하고 있다.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그림이나 로고, 화폐와 같은 패턴도 쉽게 복제가 가능해지고 있다. 지난 몇년간 신용카드나 순정품을 표시하기 위한 상품에는 쉽게 복사할 수 없는 홀로그램이 부착됐다.
그러나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스템에는 단순히 홀로그램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CCD를 이용해 홀로그램 영상분석이 가능하고 또 홀로그램 전문가라면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정도로 복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도 홀로그램과 광정보처리 기술의 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얼굴이나 지문과 같은 생체패턴뿐 아니라 암호, 보안, 위조방지를 위한 광처리시스템이 연구되고 있다. 광학계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 보안에 필요한 근본적인 이점들이 많다.
즉 정보들이 위상, 파장, 공간 주파수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숨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상은 CCD와 같은 빛의 세기에 반응하는 검출기로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광 시스템은 복소수 진폭과 위상정보를 병렬로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하다. 공간위상 코딩 정보는 명암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명암 복사가 불가능하다. 고밀도 광 매질의 작은 영역에 대용량의 입체 정보를 코딩할 수 있다. 코딩의 차원이 증가할 수록 그것을 깨기 위한 수학적 방법의 수는 엄청나게 증가되어 복제가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보안과 암호화 시스템에 관한 광정보처리기술은 신용카드나 여권 등 신분증을 보안 검색하는데 사용된다.
이 기술들은 또 카드 복제를 어렵게 한다. 특히 복소수 위상이 첨가된 명암 패턴들은 CCD카메라와 같은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기기로부터 복제가 불가능하게 하여 정보를 보호한다. 보안시스템에 있어 인식 속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암호화와 암호키를 아는 사람에게는 접근이 용이하고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인가받지 않은 사람에게 데이터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를 통해 보안이 이루어진다. 최근에 제안된 방법은 암호화된 영상이 백색 노이즈 형태로 기록된다. 재생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견고하며 광학적으로 최적의 효율을 가지게 구현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는 홀로그램의 설계, 제작, 응용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최근에는 홀로그램을 이용, 광연결시스템이나 광 병렬연산 및 보안검색 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세계 주요 학회 및 학술지에 발표되는등 위상 홀로그램을 이용한 광정보처리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하고있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분야는 실시간 영상인식, 고밀도 광 메모리 등 병렬처리 구조를 이용한 광정보처리와 같이 미래 정보사회에서 멀티미디어의 대용량 영상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자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광컴퓨팅 방식의 메커니즘이 동시에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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