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전자3사, 영업인력 해외 전진배치 배경

전자3사가 요즘 한국영업 전문인력을 해외시장으로 배치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대규모 가전종합단지 등을 조성하면서까지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성장시장에서 조속히 안착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생산한 제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해외현지화를 달성하기는 커녕 경영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3사가 이제까지 영업 전문인력을 해외시장으로 전진배치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해외시장 공략이 수출 중심으로 이루어져 한국영업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의 경우는 대형 유통업체(또는 딜러)와의 거래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에 한국 영업인력보다는 수출마케팅 인력이 더 효율적이었다.

수출마케팅 인력은 그러나 중국,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성장시장에서는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더를 따낸 후 제품을 선적하기만 하면 끝났던 수출영업 형태로는 이들 성장시장을 파고들기가 곤란하다는 사실을 전자3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즉 성장시장에선 아직 유통산업 자체가 취약해 누가 먼저 상권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가장 빨리 성취하기 위해선 수출영업 인력보다는 한국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영업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자3사가 가장 힘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영업환경이 한국의 80년대와 비슷해 한국 영업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곳이다. LG전자가 지난 95년초에 중국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약 6년간 한국영업에 근무했던 노용악 사장을 대표로 보낸 것이나 삼성전자가 25년간 한국영업에만 몸담아왔던 손명섭 부사장을 올초에 그룹의 중국본사 전자총괄및 지주회사 대표로 전격 발령낸 것 등은 중국 시장에서 조기에 안착하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1백여명의 한국영업 인력을 해외로 전진배치하기 위해 교육중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경우 이들 인력을 우선 중국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손명섭 부사장이 중국 현지에 나간지 6개월만에 실판매에 초점을 둔 밀착영업과 판촉,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유대관계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내린 결론이다. LG전자도 현재 10여명의 한국영업 인력이 중국시장에서 활동중인데 앞으로 그 수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전자3사는 다른 성장시장도 한국영업 인력파견을 당분간 계속 확대할 예정인데 이들 지역이 대부분 영어권외 시장이라는 점도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다. 즉 수출영업 인력이 영어는 뛰어나지만 비영어권에선 한국영업 인력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해외파견시에는 한국영업 인력과 마찬가지로 다시 언어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자3사는 매년 확대하고 있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한국영업 인력을 국제적인 마케팅 전문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강구하는 등의 영업인력 국제화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역전문가 제도 외에 국내인력에 대한 해외현지 교육 후 곧바로 현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고 있으며, LG전자는 최근 한국영업 전진대회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 육성전략을 제시했다. LG전자는 국제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필수교육 이수제」를 도입하는 한편 영업조직의 운영을 지역과 상관없이 통합 관리하는 형태로 전환해 글로벌 영업조직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도 「사내대학」을 적극 활용하고 새로운 해외 영업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영업시스템을 갖춰 한국영업 인력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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