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초고속망 구축 지름길 ADSL 급부상

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앞당기는 최적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ADSL은 지난까지만 해도 주문형비디오(VOD)에 쓰이는 전송기술의 하나 정도로만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정통부와 통신사업자들이 「초고속망」이라는 감투를 ADSL에 씌워줌에 따라 가장 각광받는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통신이 지난 5월 가입자망의 전면 광케이블화 추진을 포기하고 ADSL 상용화를 골자로 한 네트워크고도화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 달 초에는 정통부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을 수정, 초고속망 정책 속에 ADSL을 공식 포함시킨 것이다.

더욱이 지난 18일 정통부가 ADSL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망사업자를 오는 10월경 승인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상용화가 모색되고 있는 ADSL이 한국 통신시장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통부의 초고속망사업자 승인계획은 ADSL을 위한 계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의 초고속망사업자 승인계획안에는 양방향 2Mbps이상이라는 가입자망 기술요건을 담고 있었으나 이번에 발표된 계획안에는 상향 64kbps, 하향 2Mbps 이상으로 기술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정통부가 굳이 ADSL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어도 이같은 기술요건이 ADSL을 지칭한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즉 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은 지난 88년부터 미국 벨코어社가 주로 주문형비디오(VOD)를 겨냥해 개발한 기술이다. VOD는 시청자가 전화국에 비디오를 주문하는 데 필요한 대역(상향채널)은 적어도 상관없지만 비디오를 시청자에게 전송하는 데 필요한 대역(하향채널)은 많이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VOD의 상용화가 지지부진하면서 ADSL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VOD와 마찬가지로 상향채널보다 하향채널의 고속화를 필요로 하는 인터넷이 급부상하면서 ADSL도 재조명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시제품 형태로 내놓은 ADSL모뎀의 전송속도는 상향 6백40kbps, 하향 6Mbps정도이며 최근 들어 수요확대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기술개발도 활발해지고 있어 전송속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6Mbps정도만 돼도 28.8kbps 모뎀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다. 하향전송속도만을 비교하면 28.8kbps의 2백배이상, 1백28kbps급 ISDN의 45배이상 빠른 속도이다.

한국통신이 올해 안에 ADSL에 대한 기술규격요구서를 작성, 내년부터 본격적인 구매에 들어가고 오는 10월 승인될 각 지역별 초고속망사업자들이 ADSL로 가입자망을 구축할 경우 ADSL은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ADSL 상용화의 가장 큰 난관은 장비의 가격이다. 전화사업자들은 ADSL장비의 가격이 가입자당 50만원 이하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아직은 턱도 없는 가격이다. LG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가입자 댁내장비와 전화국에 설치할 전송장비를 합쳐 한 가입자당 1백7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정규모의 시장이 형성된다면 통신사업자들이 원하는 가격대까지 인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비제조업체들도 어느 정도의 물량만 보장된다면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비가격 못지않게 ADSL서비스의 요금수준도 시장의 성장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ISDN서비스와 ADSL서비스의 차별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고 『ISDN서비스보다는 ADSL요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ADSL이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초고속망사업자가 기존의 구리전화선으로 가입자망을 구축해도 된다는 것은 단기간에 이익을 누리기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입자망 고도화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주문형비디오, 홈쇼핑 같은 비대칭형 서비스들을 「우대」함으로써 영상전화, 영상회의, 원격진료 같은 양방향 대칭적 서비스의 성장을 가로막을 위험요소도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상국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