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인도 통신정책과 교훈

요즘 인도 통신업계는 격동의 와중에 있다. 1990년 라오 정부의 시장 개방 여파로 그동안 독점체제하에서 신음하던 통신시장이 민간사업자들까지 참여하는 자유경쟁으로 돌입,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통신시장의 성숙과는 달리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인도 체신부(MOC)와 통신청(DOT)은 자신들이 입안했던 조직체들과 각기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인도정부는 통신사업 자유화를 추진하면서 경매방식으로 다수의 민간인들에게 사업권을 부여하는 한편 이들 사업자들 간의 공정경쟁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자율적 통제를 담당할 별도의 법적 조직으로 통신규제위원회(TRAI)를 독립기구로 규정했다. 현 통신청이 담당하는 통신사업은 국영 인도 텔레콤으로 분리 독립시켰고 통신정책의 입안 및 실행을 위해 통신위원회(TC)를 두기로 하는 등 조직체계에서는 일련의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이는 가능한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민간기업들에게 창의성을 불어넣어 사업자들이 공정한 게임의 법칙에서 낙후된 통신시설을 조속히 확충 보강코자 함이었다.

통신시장의 자유화에 힘입어 인도에는 무선호출과 셀룰라 이동전화, 주파수 공용통신 서비스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무선 호출사업은 도시별 4개 사업자, 셀룰라는 2개 사업자들이 처절한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며 고객들만 행복(?)하게 만들고 있고 일반 전화도 내년부터는 민간사업자들에 의한 최첨단 WLL기술이 도입돼 이들과 통신청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 민간사업자들은 기득권을 보호하고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선호출사업자협회, 셀룰라사업자협회, 통신장비제조업자협회 등 이익단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통신청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통신규제위원회에 통신청의 부당성을 제소하는 등 종래에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무례(?)를 범하고 있다.

또한 미국 FCC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최근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통신규제위원회는 설립되자마자 통신청이 결정한 PSTN-셀룰라망 간의 접속료 인상 결정에 반대입장을 제기, 통신청측을 당혹하게 만들었고 정부가 누리던 권력 분산을 위해 끊임없는 파워게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면 누구나 철저한 자유경쟁 논리하에서 가능한한 모든 규제를 벗어나려 하는 것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익 단체들은 인도에 진출한 외국사업자들과 합심해 체신부나 통신청의 입지를 약화시키기까지 해 일부에서는 미국식 제도를 들먹이며 벌써부터 이들 조직의 무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통신개방과 규제완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는 과거에 어떻게 대처했었는지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 델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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