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바이 링크.
김지호 실장의 철학.
땅 좁고 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따라가는 스텝 바이 스텝 방식으로는 어렵다. 스텝 바이 링크. 한 걸음 쫓아가 단 한번에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그것을 철학으로 여기고 있었다.
스텝 바이 링크. 김지호 실장은 특히 통신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전전자교환기 개발과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등 외국과 차이가 많던 기술과 장비의 도입과정에서 함께 기술이전을 받아 그 다음부터는 자체 생산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좀더 개선되고 한국적인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김지호 실장의 그러한 철학은 통신사업에 있어서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던 우리나라를 세계 8위권의 통신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전전자교환기를 통한 전국토의 전자화를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이룩할 수 있었으며, 이제 중국의 통신현대화 사업에 당당히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체들과 어깨를 겨누며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성사업도 마찬가지.
위성체와 발사체의 제작, 발사 및 관제시험에 참여하면서 은옥도 남편으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스텝 바이 링크 개념을 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 차례 외국에 의뢰하여 발사한 후 그 다음부터는 우리의 기술로 발사하고 운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성관련 기술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핵심기술이 군사용으로 즉각 활용이 가능한 로켓 기술이기에 접근이 아주 어려웠다.
김지호 실장과 통화를 끝낸 은옥은 다시 한 번 스텝 바이 링크 개념을 생각했다. 추력기를 활용하여 단번에 위성의 자세를 수정하고자 하는 생각 자체가 순간적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다져진 철학과 행동의 결과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입체적인 생각의 결과였다.
『이 과장, 지난주 데이터와 사고 직전의 데이터 좀 비교해줘요.』
『1호 위성 말입니까?』
『1호 위성과 2호 위성 모두요.』
『추력기에 관련된 데이터 말이지요?』
『그래요. 1주일전 각 추력기 연료의 양과 위성의 방향이 틀어지기 직전 추력기의 연료량을 정확히 비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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