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88)

은옥은 다시 파라미터의 값을 변경시키고 커맨드를 클릭했다.

모멘트 휠 구동.

또다시 1호 위성은 태양전지를 축으로 하여 아래방향으로 5도 회전하게 될 것이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위성의 정확한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임의의 지점에서 5도씩 회전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옥은 1호 위성에서 보내오는 텔레미터링 신호를 기다리며 다시 발사 사고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은옥에게는 기회였다.

제작과 발사, 운용기술보다 더 총체적인 기술이 사고에 대한 분석기술이었다. 어쨌든 발생한 사고이지만 이 사고를 통하여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은옥은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많은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 은옥에게는 분명한 기회였다.

사고조사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도화선의 파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화선은 주엔진에서 보조로켓의 분리시스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주엔진에서 분리신호가 주어지면 보조로켓 분리시스템의 자체 명령으로 불이 붙어 타 들어가기 시작하여 보조로켓의 연결고리에 장착되어 있는 폭약을 점화, 폭발하게 되면 보조로켓을 연결하고 있는 고리를 절단하게 되어 있었다. 그 도화선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발사과정에서 보조로켓과 주로켓의 상대적인 운동이 설계치를 초과하여 도화선을 보호하고 있는 덮개에 틈이 생겨 덮개의 공기 마찰로 인해 생기는 열에 의하여 도화선이 녹아버렸다는 것이었다. 도화선이 끝까지 타 들어가지 못하고 중도에서 끊겨 폭약이 폭발하지 않았고, 보조로켓의 연결고리도 절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보조로켓 하나를 공수하여 실제 발사과정을 재현시키는 실험을 하였다. 은옥도 그 실험에 직접 참여하여 덮개가 예상대로 틈이 생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화선의 장애에 따른 보조로켓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위원회의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옥은 그 순간에도 6번 보조로켓 분리시스템의 칩에 새겨져 있던 독수리의 형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전에 발사된 많은 위성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은옥은 그 독수리의 형상을 떠올리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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