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73)

사마귀.

버마제비과의 곤충.

몸이 가늘고 길며, 머리는 삼각형. 몸빛은 녹색 또는 황갈색으로 전세계에 2천 종이 있음. 우리나라에는 황나사마귀, 사마귀, 왕사마귀, 좀사마귀 등 4종이 있음. 역삼각형의 대가리에 톱니가 즐비한 앞발(捕獲肢)이 특징인 잔인한 육식 곤충.

교미중 수컷을 잡아먹기도 해 동서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악명이 높음. 하지만 수컷을 아무때나 잡아먹는 것은 아님. 수컷이 암컷의 교미 상대로서 만족한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 때 살부(殺夫)의 잔인성을 보임.

암컷은 수컷이 교미를 시작한 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수컷의 어깨와 팔과 머리를 물어뜯음. 머리와 몸통이 잘려나가도 수컷의 남은 부분은 계속 교미행위를 함.

암컷은 목이 잘린 수컷에서 더욱 자극을 받음.

얼마나 이기적인 섹스인가. 하지만 얼마나 솔직한 섹스인가.

혜경은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남자의 머리를 물어뜯어서라도 더 강렬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여자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실행을 하지 못할 뿐인 것이다.

혜경은 다시 눈을 감았다. 암컷의 등 위로 올라탄 검은 말이 큰 허리운동을 계속해대고 있었다. 검은 말 한 마리가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들고 있었다. 혜경의 그 한 점으로 다가들고 있었다. 단 한 번에 링크시키려는 듯 거칠게 다가들었다.

『혜경씨! 여기서 무엇하고 있어?』

현미였다.

『응, 불구경 하고 있었어.』

『웬 불구경을 그렇게 정신없이 하니?』

『그냥.』

『은행에 들어가자. 전표정리 수작업으로 해야 할 것 같아. 맨홀 화재 때문에 고장난 온라인 회선의 복구가 늦어질 거래.』

『전화도 안되겠지?』

『응. 당연하지. 전화선이 다 불탔는데 전화가 되겠니? 참, 혜경씨 오늘 승민씨 부모님 만나기로 한 것 아니야?』

『일 끝난 다음 은행으로 연락 주기로 했는데, 전화가 불통이면 어렵겠다. 시골에서 올라오시는 부모님 때문에 이쪽으로 오지는 못할 거야.』

혜경은 멀어져가는 검은 말이 아쉬웠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전화가 불통이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통. 승민이 연락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

혜경은 환철의 모습을 떠올렸다. 검은 말 한 마리가 다시 다가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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