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에 실려가는 오늘이 엑셀레이터를 밟은 발밑에서 눈을 떳습니다. 출근부에 짝는 도장아래 조그맣게 꿈틀거리던 내 존재의 흔적은 이내 먼지 쌓인 서류함에 갇혀 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초침에 실려가는 오늘 중에서)
「컴퓨터와 문학」.
소프트웨어 및 게임개발 전문업체인 에스티지 정병건 사장은 시와 컴퓨터를 하나로 조화롭게 엮으면서 시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이다.
정 사장은 지난 95년 겨울 계간지 「문예한국」에 「들리지 않는 전화 벨소리」 등의 시로 등단했다. 정 사장은 현재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하는 「탈후반기」 동인으로 활동중이며 「해바라기」 동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으로는 「액자속의 도시」와 「스프링필드의 산책길」 「초첨에 실려가는 오늘」 등 대부분 첨단 과학문명으로 침몰해가는 정신문학의 빈곤을 회복해가려는 인간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정 사장은 『컴퓨터산업은 메마르고 딱딱한 분야로서 종사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며 『그런 사람과의 문학적 대화를 통해 신뢰하고 친숙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사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고교시절(이리고등학교) 이리시(현 익산시)지역 문학모임인 「오로라회」에 가입하면서 문학과 인연소년의 꿈을 키워 나갔다.
『감수성이 풍부한 고교시절 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문학소년이 되고 싶은 마음이 된다』며 정 사장은 『특히 전북 이리는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으로 문학의 깊이가 남다른 지역이었다』고 말한다.
대학시절(서울대 수학과) 잠시 놓은 문학의 길은 88년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회사인 한국신용평가에서 전산프로그램 개발업무를 하면서 다시 시작, 95년 문예한국을 통해 등단하기까지 박진환 선생과 김경린 선생으로부터 시 창작 지도를 받았다.
정 사장은 탈후반기 매월 정기모임에는 꼭 나간다. 사업을 하다보면 너무 바빠 시 창작활동을 게을리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정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면 시를 낭송하거나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힘이 솟는다』며 『문학은 사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기업인들에게 권장할 만한 취미』라고 말했다.
시심으로 사업을 하는 정 사장. 그런 마음을 가진 정 사장에게는 적보다 모두가 우군이다. 시와 컴퓨터를 하나로 엮으면서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그의 독특한 전력이 큰 보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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