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72)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맨홀 속으로 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환풍구에 비닐을 덮어 공기를 차단하고, 모래주머니로 눌러 틈을 없애고 있었다.

그러나 맨홀에서 솟구치는 연기는 아직도 만만치 않았다. 고약한 냄새도 여전했고, 하늘로 치솟는 힘도 있었다. 태양이 서쪽으로 완전히 내려앉은 하늘에 붉은 노을을 드리웠고, 그 하늘로 검은 연긱가 뭉게뭉게 치솟고 있었다.

혜경은 솟구치는 그 연기 속에서 많은 것을 듣고 볼수 있었다.

바라소리, 무당.

독수리,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빼먹는 독수리.

환철, 그리고 말(馬).

복합적인 상황들이 절정의 순간을 위해 한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많은 것을 포함한 연기가 역류되어 혜경의 스커트 밑으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이제 점이었다. 하나의 점으로 모든 것이 몰려들었다.

전신의 모든 신경이 한 점으로 모여졌다. 그 점으로 말 한 마리가 힘차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혜경은 다시 눈을 감았다.

검은색의 수컷.

금방이라도 혜경의 등뒤로 덮쳐들 것처럼 다가들고 있었다. 앞발을 높이 쳐들고, 암말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두들겨대던 길고 굵은 생식기를 바싹 세우고 점액질을 질질 흘려대며 다가서고 있었다. 혜경의 몸 한곳, 한 점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아, 혜경은 온몸을 후들거리며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사마귀를 생각했다. 절정의 순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

암말 등뒤로 올라탄 수컷이 큰 허리운동을 계속하고 있을 때 제주 종마장 안내원이 들려준 이야기였다.

『수컷 사마귀가 접근할 경우, 암컷 사마귀는 도망하다 말고 갑자기 돌아서서 수컷의 머리를 물어 버립니다. 그러나 수컷의 성적 충동은 너무나 강하여 머리를 물렸다고 해도 욕망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암컷이 절정의 순간 수컷 사마귀의 머리를 잘라먹었다 하더라도 교미는 지장 없이 진행됩니다. 수컷의 교미 동작은 배에 있는 최종 신경구(神經球)가 지령하는 것으로, 머리가 잘려 없어지면 교미에 대한 자극은 오히려 강해집니다. 여름날 풀숲에서 사마귀의 교미 장면을 목격하는 경우 머리 없이 몸체뿐인 수컷이 암컷에게 업혀 꽁무니를 연결시키고 있는 기괴한 광경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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