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방식과 소재, 표현양식 등에서 과감하고 실험적인 우리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그룹 카날플뤼스사가 제작할 영화 「사람의 아들」(가제)은 그동안 입도선매식 판권구매로 홍콩 영화의 물주역할을 맡아오는 등 주로 충무로자본을 해외에 쏟아부었던 우리 영화계가 거꾸로 이번에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93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그린파파야 향기」와 95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아낸 「시클로」가 소개되면서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성이 입증된 베트남계 프랑스 영화감독 트란 안 홍이 연출을 맡게 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현재 원작자 이문열씨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프랑스에 머물고 있어 우리의 정서에 바탕을 두면서도 세계 관객의 감수성에 호소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의 영화로 완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역시 프랑스 영화사인 「프로그램33」이 제작에 착수한 「서머 타임」은 올해 31세의 변혁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한꺼번에 맡게 될 작품이다. 여러 쌍의 신혼부부를 통해 믿음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그리게 될 코믹물로, 약 30억원의 제작비를 프로그램33이 전액 지원한다. 변 감독은 지난 91년 단편영화 「호모비디오쿠스」를 만들어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신예감독.
백두대간 대표 이광모씨(37)의 감독 데뷔작 「아름다운 시절」은 해외 배급사의 선투자와 독특한 제작방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12억원의 제작비중 일부를 대기업인 SKC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해외시장에서 사전판매를 통해 조달하는 다국적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미 해외 배급사 「시비2000(Ciby2000)」이 제작지원에 나섰고 앞으로도 견본시를 통해 추가로 배급사를 물색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시절」은 제작방식 역시 혁신적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3배수로 선발된 배우들이 리허설을 통해 배역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가 하면, 실제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필름 없이 진행되는 사전촬영을 통해 스태프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 1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기보다 배우, 연출부, 촬영팀 등이 모두 참가해 일종의 공동작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의 「내 안에 부는 바람」은 대기업의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열어 보일 작품. 철학적이고 우화적인 스타일로도 관심을 끄는 이 영화는 유년시절을 다룬 「말에게 물어보렴」, 노년기를 그린 「길위에서의 휴식」 등으로 구성되며 총 제작비가 4천만원에 불과하다.
외국인 불법 체류노동자들의 소재로 다룬 윤인호 감독의 「바리케이드」 역시 저예산 영화로, 비좁은 세탁공장에서 일하면서 차별대우와 멸시를 감수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냈다.
구성주 감독의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는 영화형식 면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죽음을 앞둔 중년남자와 호텔 여종업원의 사랑이야기를 멜로와 추리기법을 섞어 기괴하게 전개시켰다. 느릿느릿 바뀌는 장면전환과 구어체로 보기 힘든 대사들, 외설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정사장면과 기묘한 카메라 워크 등 기존의 영화문법을 무시한 듯한 낯선 화면들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원성진 감독의 「표류일기」는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르인 가족물이다. 남태평양 팔라우섬을 배경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한가족이 2차대전때 일본 용병으로 끌려갔다 숨어들어간 한국인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게 될 작품. 컴퓨터그래픽 영상물 전문제작사인 비손텍은 월트디즈니 한국지사와 해외배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처럼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영화가 과연 관객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올 하반기 극장가의 흥행결과가 기대된다.
<이선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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