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메모리산업 현주소 (10);연구소 지원 계획

국내 반도체 관련 연구기관들의 시스템IC산업 지원은 반도체 설계기술의 저변확대를 위한 설계 전문인력 양성과 중소업체의 ASIC 제작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 등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연구소 관계자들조차도 『대폭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현행 지원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의 반도체 설계교육은 1∼2주 정도의 단기과정을 통해 CAD툴 사용법 정도를 익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은 곧 새로운 시스템 하나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단순 기능인력의 대량배출보다는 반도체 설계기술과 시스템 구성능력을 함께 겸비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며 이들의 기술과 이이디어가 상품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국내 시스템IC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다.』(서울대 박영준 교수)

『그동안 ETRI, KETI 등의 국가 연구소들도 중소업체의 ASIC 제조에 한 몫을 담당해 왔지만 「업체 스스로 ASIC을 제조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운다」는 당초 목표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중소업체의 대부분이 CAD툴, 워크스테이션 등 기본적인 ASIC 설계환경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ETRI 남기수 부장)

이처럼 국내 반도체 관련 연구소들의 지원정책이 지금보다 장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은 연구 관계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움직임은 최근 추진되는 각종 사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그동안의 단순 설계기술 습득수준이 아닌 컴퓨터와 통신, 멀티미디어 및 제어분야의 각종 시스템에 대한 독자적 개발능력의 배양을 통해 전문 VLSI 설계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집적시스템설계센터(SEED)의 설립을 추진한다. 또한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위해 기존 40개 워킹그룹을 50개로 늘리고 이를 통한 완전주문형 또는 반주문형 반도체의 시험제작을 더욱 다양화하는 한편 올해 우수대학을 선정, 각종 반도체 설계장비를 갖춘 지역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ETRI 반도체연구단은 중소업체 ASIC 설계환경의 무료 구축을 목표로 자체개발한 반도체 설계용 CAD툴 「LODECAP」을 중심으로 한 설계자그룹(LDG)의 결성을 추진함과 동시에 조만간 대전지역이 아닌 서울에도 ASIC지원센터를 개설할 방침이며, KETI도 교육강좌를 격월에서 월 1회로 늘리고 대상자도 실무진 위주에서 시스템업체의 경영층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관련 연구소들의 이러한 지원노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내 시스템IC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저변확대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 연구소들이 추진중이거나 계획중인 각종 교육 및 개발지원 사업들은 이 분야 국내시장의 영역과 규모 자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성공여부나 장, 단기의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이면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아남반도체기술 최군형 R&D센터장)

공익성을 띤 이러한 형태의 지원사업이 더욱 적극적이고 심도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은 국내 연구소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사업추진 방향과도 일치한다.

『향후 국내 반도체 관련 센터와 연구소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의 단순 지원차원에서 탈피, 셀 라이브러리 및 CAD툴의 국산화 추진은 물론 더 나아가 앞으로 등장할 시스템IC 관련 국내 벤처기업들의 산실로 자리잡을 것이다.』(IDEC 경종민 소장)

국산 CAD툴로 교육받은 시스템IC 전문가들이 국산 셀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첨단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성공 벤처기업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이들 연구소만의 목표가 아닌 국내 시스템IC산업 전체의 바람이기도 하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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