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금년도는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서 이번에는 광고를 배정할 수가 없군요.』
기업광고 집행자와 신문, 잡지 광고담당자간 흔히 오가는 얘기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예년과 다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이상 끌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대우전자 배순훈 회장)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관리자 여러분들이 악역을 맡아야 합니다.』(LG전자 정병철 부사장)
『지금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효자상품은 냉장고나 세탁기가 아니라 청소기입니다.』(삼성전자 서형근 상무)
이미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 대기업들은 요즘의 전자산업 경기를 단순한 경기순환에 의한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 불황」이라고 진단하고 사업역량을 이익내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미래를 밝혀줄 차세대 사업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많은 이익을 내는데 전념해야만 현재의 위기를 앞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갈 수 있는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불요불급한 광고나 판촉이벤트, 일반 경비에서부터 설비투자에 이르기 까지 돈 나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산,물류, 심지어 연구개발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품이나 기종을 과감하게 축소 또는 단종시키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운영해온 구색상품 때문에 더 이상 수익성에 제약을 받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특히 철수, 중소기업 이관 등의 구조조정은 현재의 구조적 불황타개를 위한 필연적인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대우전자가 가스기기와 식기세척기를 중소기업에 이관했는가 하면 삼성전자는 팬히터와 냉온장고 사업 등에서 손떼기로 결정했다. LG전자도 소형가전제품을 중심으로한 정리대상 품목을 계속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부 운영도 철저하게 성과를 따지는 분위기다. 각 사업부 스스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사업부장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대상품목으로 도마위에 올라서기도 한다. 또 임원급이 사업부장을 맡아야 한다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는 사업책임자로 과장급을 발령내 운영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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